[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33>암호화폐 채굴 기계로 우뚝 선 '비트메인'

지난달 비트메인테크놀로지가 돌연 유니콘 기업에 합류했다. 260개가 넘는 유니콘 기업 가운데 12번째다. 기업 가치 120억달러의 위용으로 등장했다. 이 회사는 한마디로 세계 최대 암호화폐 채굴 회사다. 암호화폐 채굴 기계인 안트마이너와 소프트웨어(SW)를 만든다. 일반인이 힘을 모아 채굴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여러 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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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2013년 중국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펀드매니저로 일하고 있던 우지한과 소트프웨어 엔지니어 미크리 잔(잔커퇀)이 공동 설립했다. 잔커퇀은 당시 TV방송을 셋톱박스를 통해 컴퓨터로 스트리밍해 주는 '디바IP'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창업가였다.

잔커퇀이 새로운 창업을 하려고 펀드매니저인 우지한을 만났다. 우지한은 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의 논문을 중국어로 번역한 첫 중국인이다. 그 경험으로 엔지니어인 잔커퇀에게 비트코인 채굴을 쉽게 할 수 있는 아식(ASIC) 칩 개발을 의뢰한 것이 비트메인 창업 동기가 됐다. 아식이란 일반용 컴퓨터 칩이 아니라 특정 목적으로 개발된 컴퓨터 칩을 지칭하는 말이다.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 열풍으로 비트메인은 고속 성장했다. 금융계에서는 2017년에 이 회사가 30억~40억달러 이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으로 우지한은 코인데스크에 의해 2017년 블록체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명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됐다. 포천지는 그를 40대 이하 젊은 선두 경영자 40명 가운데 한 명으로 인정했다. 그가 금융과 기술을 결합해서 비즈니스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2013년 창업 이래 암호화폐 시장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비트코인에 이어 수많은 코인이 출시됐다. 현재 코인마켓캡에 등록돼 거래되고 있는 코인이 1900개가 넘는다. 공식 거래 시장은 무려 1만3600여개에 이른다. 비트메인은 칩을 이용해 안트마이너라는 개인 휴대용 마이너를 생산한다. 붐 박스보다도 작은 이 강력한 기계를 개인 채굴업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채굴이란 블록체인에서 거래를 위해 원장 검증과 거래 승인을 하고, 다시 그 결과를 거래원장인 블록에 기록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 아주 많은 전산 자원이 필요하고, 시간도 걸린다. 블록체인의 최대 약점 가운데 하나가 거래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블록체인은 강력하고 많은 채굴기를 공급하는 채굴업자에게 우선권을 줘서 시간을 단축하려 한다. 이 때문에 작은 규모 채굴업자는 채굴의 수익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것을 피하는 것이 채굴 풀이다. 여러 명의 전산 자원을 함께 공급해서 채굴하고 그 수익을 나누는 일종의 '채굴 협동조합'이다.

비트메인은 채굴 풀로 앤트풀 등을 운영해 채굴기의 수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비트코인의 채굴 수익이 줄자 채굴 수수료를 더 많이 주는 알트코인도 출현했다. 우지한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비해 비트캐시를 지원하고 있다.

비트메인은 채굴 전문 칩 생산 기술을 인정받아 인공지능(AI)의 특화된 칩 개설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세쿼이아, IDG 등 벤처캐피털로부터 5000만달러의 추가 투자를 받았다.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한 예비 신청도 완료했다. 비트메인의 성공은 기술 격변기에 누가 시장의 기회를 먼저 잡느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 준다.

암호화폐는 암호기술과 금융의 결합이다. 그 본질의 변화를 이해하고 기술과 지식이 있는 창업자의 결합이 단기간에 13조원 가치의 스타트업을 일궈 냈다. 비트메인을 보면서 정보통신의 하드웨어(HW) 강국이고 세계 3위 거래소를 보유하고 있던 한국은 왜 이런 기업이 탄생하지 않으냐를 자문할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 투기 논쟁에 매몰된 한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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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KAIST 교수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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