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민간 전문가들이 BMW 화재 원인에 대해 기술적으로 조사를 실시하면서 BMW 측이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결함 외에도 다양한 화재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본지가 보도한 '바이패스 밸브' 결함의 경우 치명적인 화재 원인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부품 및 소프트웨어(SW) 조작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8일 국회에서 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 류도정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 원장,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등 7명의 진술인을 배석하고 'BMW 차량화재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BMW 화재 원인 및 대책, 소비자 피해구제 방안 등이 논의됐다.
진술인들과 국토위 소속 의원들은 BMW가 화재 원인에 대해 축소·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BMW는 2015년 말 EGR 냉각수 누수에 대한 사실과 흡기다기관 천공을 인지했고, 2016년 설계 변경까지 진행했다. 또 바이패스 밸브 결함, SW 조작, 엔진 설계 결함 등 다양한 화재원인이 의심되고 있지만, BMW 측에서는 'EGR' 하나로만 특정 지으면서 결함 사실을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위 소속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은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BMW 차량 지침에는 냉각수가 50도 이하일 때만 바이패스 밸브가 열린다고 돼있는데, 실제로는 온도가 훨씬 높을 때도 밸브가 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바이패스 밸브 설계를 차량 지침대로 한 것이 맞는지? 또 BMW가 화재 원인으로 EGR 쿨러 결함 외에 냉각수가 누수되지 않아도 불이 날 수 있다는 것에 동감하느냐”고 말했다.
민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소비자협회도 BMW 차량 화재 원인에 대해 배기가스를 감소를 위해 주행 중에도 바이패스 밸브를 열리게 하는 위험한 ECU(전자제어장치)의 세팅이 원인으로 지목했다. 바이패스 밸브가 고온의 배기가스 유입을 막기 위해 닫혀있어야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 수시로 열리면서 뜨거운 배기온도가 EGR과 쿨러 등에 손상을 주고 화재가 발생한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최영석 선문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바이패스 밸브는 오작동에 의한 압력으로 열릴 수 없는 구조”라며 “특히 바이패스 밸브의 오작동을 감지하지 못하는 것은 환경법상 위법상황이 될 수 있고, 지금까지 결과는 현장 실험과 전문가들의 오랜 현장경험에서 나온 결과이지만 실험이 횟수도 많지 않고 데이터도 부족하기 때문에 국토부, 환경부 등 관련부처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하종선 변호사와 박병일 자동차 정비명장은 EGR 설계 오류를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다. BMW EGR은 밸브가 쿨러보다 앞쪽에 위치해 830도의 배기가스에 의한 열 손상이 누적되고,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EGR 모듈은 밸브가 쿨러 뒤쪽에 있어 냉각된 배기가스만 조절한다.
하 변호사는 “BMW는 유로6 배기가스 기준을 맞추기 위해 EGR 밸브를 과도하게 많이 사용하도록 설계했지만, 실제 EGR 밸브 강도나 내구성 강화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EGR 밸브와 쿨러 위치를 바꿔서 설계 했어야 열 손상을 막을 수 있었고, 한 장치가 고장나면 보완할 수 있는 다른 장치가 없는 등 전반적인 설계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