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ICT코리아]ICT코리아, 5년 뒤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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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뒤가 더 두렵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뒷받침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벼랑 끝에 섰다. 혁신을 선도하던 산업 활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안에서는 얽히고설킨 규제, 밖으로는 중국 추격으로 샌드위치 신세다. 매달 최대 수출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반도체 착시' 효과에 가렸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지 못하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우리 ICT 산업은 신사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기존 주력 사업 경쟁력은 갈수록 저하되는 '투-트랙' 위기가 현실이 됐다.

5세대(5G) 이동통신 외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지는 ICT 신산업 경쟁에 제대로 참여조차 하지 못한다.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한 CDMA, 와이브로, VoLTE 등 과거 우리가 쓴 성공 신화는 이제 중국 몫이다. 차세대 기술 개발을 통한 혁신과 성장, 재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끊겼다.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통 ICT 제조업도 중국 등 신흥국 추격과 미국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머지않아 곳간이 빌 것으로 관측된다.

ICT 산업 위기 경고등은 곳곳에서 켜졌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따르면 우리나라 ICT 산업 생산액은 2016년 424조7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1% 감소했다. 2010년 18.2%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내리막이 시작돼 2~4% 성장률을 유지하다가 결국 마이너스 성장률로 주저앉았다.

신산업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3년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 ICT 융합 기술력이 중국에 역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2023년 첨단 소재와 컴퓨팅 기술에서 한국을 추월하고 사물인터넷(IoT), 신재생에너지, 로봇, 증강현실(AR)에서도 우리나라를 근소하게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위기가 현실화했지만 우리 정부 ICT 성장 전략은 구호에 그친다. 정부는 ICT 융합을 기반으로 △미래 자동차 △드론 △에너지 신산업 △바이오헬스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핀테크 등 8대 신성장 동력 분야를 선정했다.

혁신 성장 동력으로 ICT 융합을 중심에 놨다. 그러나 소득 주도 성장, 공정경제 틈바구니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부처 간 엇박자와 촘촘한 규제로 신기술 분야는 제대로 된 시제품조차 출시하기 어렵다.

우버가 글로벌 공유차량 시장을 독식하는 동안 풀러스, 콜버스 등 우리 스타트업은 사업 기회가 차단된 채 규제 개선만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기존 이해관계에 가로막혀 과감한 규제 해소에 나서지 못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 규제 완화 방침을 천명했지만 여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을 정도다.

원격 의료도 마찬가지다. 미국 원격 진료 플랫폼 기업 텔러닥(Teladoc)이 스마트폰 기반 24시간 진료 서비스를 앞세워 회원 1100만명을 확보할 정도로 성장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사업에 진출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새로운 먹거리로서 ICT 활력은 완전히 저하됐다. S&P캐피털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ICT 기업 가운데 스타트업에 해당하는 2014년 이후 설립 기업 비중은 3.5%다. 이 같은 수치는 미국 9.4%, 중국 12.3%와 비교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본(6.2%)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이다.

전체 기업에서 ICT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11.1%, 중국 6.8%, 일본 6.3%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3.9%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높은 대기업 비중으로 ICT 산업이 활성화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가 지속된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ICT는 속도 경쟁이다. 혁신 상품을 내놓기 이전에 최소한 실증을 마치고 빠르게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 융합 ICT 상품 상용화 이전에 실증이라도 해야 하지만 규제가 가로막는다.

선순환 투자 구조도 막막하다. 소프트웨어(SW) 산업은 건설 일용직 같은 하청-재하청 구조로 제값을 받지 못하고, 종사자는 저임금과 과로에 시달린다. 미국에서 최고 연봉 직업군으로 SW엔지니어가 이름을 올리는 것과 대조를 보인다.

미래 성장 가능성은 도외시한 채 눈앞의 표를 의식한 정책 오류도 반복된다. 기본료 폐지와 보편요금제 논란이 대표 사례다. 통신 산업에 연간 2조~7조원 직접 손실을 가시화하는 위험 부담은 기업 투자를 점점 어렵게 하고, 정부 규제 변화에 종속시킨다.

이제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때다. 혁신 성장을 위한 지렛대로 ICT 산업 활력을 다시 제고해야 할 때다. 늦었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5년 뒤 한국의 미래는 없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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