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Anti-lock Braking System)는 안전벨트와 에어백, ESP(차체자세 제어장치)와 더불어 오늘날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안전 시스템 중 하나로 벌써 운전자와 탑승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해왔다. 잠김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잘 알려진 ABS는 운전자가 미끄러운 노면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에도 바퀴가 잠기는 현상을 방지하는 안전 기술이다. 예를 들어, 눈길이나 빗길에서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으면 바퀴가 잠겨 미끄러질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스티어링 휠을 돌려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아 위험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ABS 기술을 통해 사고 예방과 안전한 운전을 가능케 한다.
ABS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이다. 당시 항공 전자 장비 업체 텔딕스(TELDIX)와 개발한 1세대 ABS는 승용차, 트럭, 버스를 위해 개발됐으며, 당시 ABS 기술은 아날로그 방식에 기반을 두었는데, 이는 고장 위험도가 높았다.
같은해 12월, 1세대 ABS를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에서 당시 다임러 이사회 맴버였던 한스 슈렌버그(Hans Scherenberg) 교수는 “우리는 뛰어난 성능의 브레이크를 개발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운전자가 위험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차를 컨트롤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ABS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을 때에도 운전자가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핸들링을 가능하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장 1세대 ABS를 양산화에 돌입하기에는 시기상조였다. 이는 당시 개발된 프로토타입 기능의 안정성과 준비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인데, 이에 가장 큰 어려움은 전자 장치 혁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ABS 작동을 위해서는 각 전륜의 속도를 측정하기 위한 센서와 센서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기록하고 비교하기 위한 제어장치가 필요했다. 이 제어장치는 모든 바퀴의 제동 압력을 바퀴가 잠기기 직전 수준까지 개별 제어함으로써 브레이크 잠김 수준 차이를 보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승용차의 경우, 기계적 마찰이 있는 바퀴센서 요구 조건이 훨씬 까다로웠기에 1세대 ABS의 적용이 쉽지 않았다. 센서가 바퀴 속도에서 가속과 감속을 인식해야 한다. 또 코너와 울퉁불퉁한 땅에서 안정적으로 반응해야 하며, 고온과 흙이 많은 환경에서도 완벽하게 작동해야 하기때문이다.
다임러-벤츠는 1세대 ABS 개발 이후 높은 기술적 성숙도로 양산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ABS를 선보이기 위해 8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2세대를 개발했다.
마침내 다임러-벤츠 엔지니어는 협력 업체인 보쉬(Bosch)와 함께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제어 장치를 통한 브레이크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이와 같은 기술의 디지털화는 부품 수를 줄이고 고장 위험률 역시 현저하게 감소시키는 장점을 가져왔다.
특히, 디지털 제어 방식으로 변화되면서, 센서 데이터를 기록, 비교·평가, 변환해 1000분의 1초 안에 제동장치의 전자 밸브를 위한 제어 펄스로 빠른 제어가 가능해졌고, 나아가 전륜과 후륜을 모두 제어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메르세데스-벤츠는 200여 대의 시험용 차를 제작해 수백만 킬로미터를 달리며 실제 도로에서 시험을 거쳤고, 그 결과 세계 최초로 전자 장치가 제어하는 ABS를 완성했다.
이 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는 크럼플 존 설계, 충돌 시험 프로그램, 에어백, 사륜구동 시스템(4MATIC), ESP,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등 자동차 안전의 아버지라 불리는 벨라 바레니(B〃la Bar〃nyi)를 영입한 1939년부터 최근까지 끊임없는 연구와 기술 개발을 통해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 기술들을 최초로 개발하며 자동차 안전기술을 이끌고 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