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불거진 퇴직자 불법 재취업 문제를 '국민 신뢰를 잃은 최대 위기'로 판단하고 현직자와 퇴직자 간 사적접촉을 금지하는 등 조직 쇄신에 나서기로 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퇴직자 재취업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퇴직자가 취업제한 기관에 재취업하면 10년간 이력을 공개한다. 이와 함께 전속고발제 부분 폐지를 추진, 공정위가 가진 독점적 권한을 분배해 조직 전반 체질을 개선한다.
김 위원장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조직 쇄신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검찰은 공정위의 조직적 퇴직자 불법 재취업 지원 혐의를 적발, 전·현직 직원 12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공정위가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퇴직자를 채용하도록 기업을 압박, 인사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김 위원장은 “검찰 수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어 “이번 사태는 공정위 창설 이래 국민 신뢰를 잃어버린 조직 최대 위기”라며 “조직 쇄신 방안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어떤 경우에도 퇴직자 재취업 과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재취업 관련 부당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익명신고센터'를 운영한다. 외부인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우려를 없애기 위해 공정위 현직자와 퇴직자 간 사건 관련 사적 접촉도 금지한다.
김 위원장은 “퇴직자와 현직자 간 사건 관련 사적 접촉을 철저히 감시하겠다”며 “위반한 현직자는 중징계하고 퇴직자는 항구적으로 공정위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를 퇴직해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기관과 소속 계열사에 재취업한 경우 이력을 10년 동안 공정위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공시한다. 인사혁신처와 협의해 특별승진 제도 개선, 재취업 자체심사 매뉴얼 작성을 추진한다.
4급 이상 직원은 비사건부서 3회 이상 연속 발령 금지 등 인사원칙을 적용한다. 공정위 퇴직자는 직전 5년 동안 맡은 사건과 관련 없는 곳에만 재취업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퇴직 전 비사건부서로 발령한다는 '경력 관리'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법 집행 권한을 독점해왔고,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던 것이 이번 사태의 근본 이유”라며 “전속고발제를 부분 폐지하고, 법 집행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등 공정거래법 집행에 경쟁원리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만나 전속고발제 폐지 관련 내용에 합의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전속고발제 폐지, 리니언시 관련해서는 21일 자세하게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공정위 만이 아니라 범부처가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에 대한 신뢰 회복이 하루 아침에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 구성원 전체가 일심단결해 노력할 것이고 위원장이 책임의 선두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