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 불법취업 사건을 조사해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 등 12명 전·현직 직원을 기소했다. 5명의 전 위원장·부위원장이 동시 기소되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은 공정위는 오는 20일 자체 쇄신방안을 공개·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공정위 퇴직자 불법취업 사건을 수사해 정재찬 전 위원장,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업무방해, 공직자윤리법 위반, 뇌물수수 등이다.
검찰에 따르면 공정위는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16개 대기업을 압박, 내부 승진이나 퇴직 후 재취업이 곤란한 이른바 '고참·고령자' 등 18명을 채용하도록 해 민간 기업 인사업무를 방해했다. 일부는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를 받지 않고 업무 관련 기업·협회에 취업한 혐의가 적용됐다. 김학현 전 부위원장에게는 공정위 고위 직위를 이용해 대기업에 자녀 채용을 요청, 취업 기회를 제공받은 혐의(뇌물수수)도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공정위는 내부 인사적체 문제 해소를 위해 정년이 임박했지만 퇴직 후 독자 취업이 어려워 퇴직을 거부하는 '고참·고령자'에 대한 퇴직 유인책으로 기업에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퇴직 관리 방안'을 시행하고 이들의 퇴직을 종용했다.
이후 부위원장, 운영지원과장 등이 기업 고위관계자를 직접 접촉, 공정위 퇴직자 일자리 마련을 요구했다. 채용 기업, 대상자, 시기, 기간, 급여, 처우, 후임자 등까지 사실상 공정위에서 결정했다. 취업자는 실질 역할 없이 임원 대우를 받으며 억대 연봉과 업무추진비를 수령했다.
검찰은 “기업에 재취업한 퇴직자가 정년 이후에도 기업에서 퇴직을 거부해 후임자가 갈 자리가 마련되지 않아 인사적체가 반복되자 기업에 공무원 정년을 넘긴 사람은 더 이상 연장 계약 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기획·하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7년 1월 특검의 공정위 관계자 수사가 있기 전까지 거의 모든 20대 기업에 공정위 퇴직자 채용을 강요했다”며 “현재까지도 해당 일자리가 유지되며 공정위 퇴직자가 근무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 공정위원장 3명(정재찬·노대래·김동수)과 전 부위원장 2명(김학현·신영선), 현 부위원장과 국장급 직원까지 대거 기소되며 공정위는 침통한 분위기다.
공정위 관계자는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세부 쇄신방안을 오는 20일 김상조 위원장 브리핑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