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차량 화재 피해자들이 520d 차량을 불이 날 때 까지 고속주행을 실시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내구성시험)'를 실시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지금까지 화재가 많이 발생한 상황과 비슷한 조건을 구현해서 명확한 화재 원인과 결함 부위에 대해 밝혀내기 위해서다. 또 국내에서 '원인불명'으로 판명한 차량을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보내 화재 원인분석 의뢰도 요청했다.
'BMW 피해자 모임'과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16일 오전 서울 삼성동 바른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낙연 국무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발송하는 '화재원인 규명을 위한 5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이들은 국토부가 올 연말까지 실시하는 화재원인 규명 시험과 함께 △BMW 520d 고속주행 스트레스 테스트 △BMW 120d 시동 켠 채 주차 스트레스 테스트 △화재 차량 미국 NTSB 화재원인 분석 의뢰 △국내와 유럽 EGR 부품 비교 △국토부 화재원인 규명 시험 계획서 공개 등을 반영하라고 제안했다.
피해자 모임은 가장 화재가 많이 발생한 BMW 520d 고속주행 스트레스 테스트를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주행시험장에서 에어컨을 켜고 시속 120㎞ 이상 속도로 불이 날 때까지 고속주행을 실시하라는 것이다. 엔진룸, 실내 등에 열감지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해 어느 부위에서 어떻게 화재가 발생하는지 파악하고, 그 부분을 집중 분석하면 화재원인 규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시동을 건 BMW 120d를 주차해놓은 채 에어컨을 계속 가동하는 시뮬레이션 테스트도 요구했다. 지난 12일 지난 12일 인천의 한 자동차운전학원 앞에서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켠 채 대기 중이던 BMW 120d에서 갑자기 불이 났고, 화재 발생 부위가 엔진룸이 아닌 실내 사물함(글러브 박스)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하종선 변호사는 “이 화재는 그동안 BMW코리아가 차량 화재의 사고 원인이라고 주장한 EGR 모듈이 아니라 다른 원인도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이미 미국과 영국에서 전기 배선과 전기적 과부하를 원인으로 두 차례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 만큼 우리도 다른 원인에 대한 시험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모임은 정부가 미국 NTSB에 화재가 발생한 BMW 520d 차량 분석을 의뢰하는 것도 제안했다. 이는 정부와 BMW코리아 측에서 전소된 차량에 대해 '화재원인불명'이라는 판단만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BMW코리아를 형사고소한 이광덕씨의 520d를 NTSB로 보낼 것을 요청했다. 이 씨 차량은 현재 BMW 성산서비스센터에 보관돼 있다.
이들은 유럽에서 520d 중고차를 구입해 유럽 차에 장착된 EGR 모듈과 국내 판매 차에 장착된 EGR 모델이 동일한 업체에서 생산된 동일한 부품인지 확인할 것, 국토부가 연말까지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화재 원인 규명 시험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즉시 투명하게 공개할 것 등도 촉구했다.
피해자 모임은 오는 17일 하랄트 크뤼거 BMW 독일 본사 최고경영자(CEO), 요헨 프라이 BMW 독일 본사 홍보담당임원, BMW 코리아 임원 등 3명에 대해 같은 혐의를 적용, 추가로 고소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BMW 피해자모임'에 따르면 화재사고 발생 차주 4명, 화재사고 미발생 차주 17명이 BMW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며 소송 규모는 500여명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토부는 긴급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BMW 리콜대상차량이 총 1만5092대로 집계했다. 이 차량 소유주에게 운행정지 명령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이는 전체 리콜 차량 대수(10만6317대)의 14.2%에 해당한다. 현재 안전진단을 예약 접수한 차량은 9484대로, 실질 운행정지 처분을 받은 차량은 5000여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