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폭염 법안...내용은 “Ctrl+C, Ctrl+V”

올 여름 국회에서 이른바 '폭염 법안'이 쏟아졌지만 동일한 내용을 반복하는 따라하기식 법안 발의에 그쳤다. 국민 관심사가 높은 이슈를 노린 국회의원발 '어뷰징'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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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12일 국회에 따르면 최근 폭염으로 인한 전기요금과 누진제 등이 국민의 최우선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각 당과 의원이 앞 다퉈 관련 법안을 내놓았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자연재난법)이 대표적이다. 7월에만 10개 개정안이 발의됐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7월 말에 9개가 집중됐다. 8월 들어서도 6~7일 이틀 사이에 4개 개정안이 나왔다.

이들 법안 대부분 기존 자연재난에 폭염과 혹한을 추가하자는 내용으로 대동소이하다. 손금주 무소속 의원은 지난달 26일 이 같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자연재난의 범위에 폭염·한파를 포함시켜서 다른 자연재난과 마찬가지의 정책적 지원이 이루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이후 비슷한 내용 법안만 7개가 발의됐다. 윤재옥, 강효상(이상 자유한국당), 하태경(바른미래당), 권칠승, 김한정, 전재수(이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난안전법 개정안의 골자도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2일 8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내용과 관련한 법안 본회의 통과에 합의한 이후에도 새로운 법안이 발의됐다.

이들 개정안은 모두 자연재난에 폭염 등을 포함만 했을 뿐 세부 정책 지원은 명시하지 않았다. 현 법령에 따르면 국가는 자연재난에서 국민, 기간시설 보호를 위해 예방과 대비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7~8월에 쏟아진 관련 법안은 자연재난 범위를 넓히는 데 그쳤다. 관련 세부 대책을 추가 제시하는 등 차별화된 점이 없다.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보자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도 7월 말 이후 6개 개정안이 연달아 발의됐다. 다만 각 법안은 누진제 폐지와 완화, 한시적 완화 등 개별 내용을 담았다. 의원마다 다른 게 없는 재난안전법 개정안과는 차이를 보였다.

유사한 폭염 법안 발의가 반복된 것은 올 상반기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일명 드루킹) 이후 네이버 뉴스 댓글 관련 법안이 쏟아져 나온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국회 관계자는 “폭염 등이 국민 이슈로 떠오르면서 국회 내 고질병 현상이 되풀이됐다”면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유권자가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의원으로서는 유사 법안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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