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차량이 계속해서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소비자가 집단 소송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BMW코리아가 2년 전부터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결함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은폐 의혹이 커지고, 안전진단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수천명의 소비자가 들고 일어난 것이다.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일부 법무법인은 하루 종일 문의가 쏟아지면서 업무에 마비가 걸렸다.
12일 자동차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법무법인 바른, 법무법인 해온, 법무법인 인강, 법무법인 보인 등에서 'BMW 차량 화재 사고 및 EGR 결함 은폐 관련' 집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집단 소송은 3년 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때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당시에는 소비자에게 직접 피해가 없었지만, 이번 BMW 화재 사고는 물적·심적 피해가 모두 가해졌다. 또 BMW 측에서 2016년부터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EGR 결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차량을 판매했다는 '은폐' 의혹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BMW 측에 단순 리콜 이상 피해보상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요구하고 있다.
현재 가장 활발히 집단 소송을 진행하는 곳은 법무법인 바른이다. 하종선 대표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지난 3일 두 차례에 걸쳐 차주 17명을 대리해 서울중앙지법에 BMW코리아와 딜러사 5곳(동성모터스·한독모터스·도이치모터스·코오롱글로벌·내쇼날모터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주 중에는 제3차 공동소송을 할 예정이다.
하 변호사는 지난 9일 차량 화재 피해를 본 이광덕 씨와 'BMW 피해자 모임'에 소속된 회원 20명 등 21명과 함께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찾아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 관리 부문 수석 부사장과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회장 등 BMW그룹 본사 및 BMW코리아 관련자 총 6명을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하 변호사는 “민사소송은 소비자가 화재로 인한 직·간접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본 것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것이고, 형사소송은 결함은폐 의혹과 관련해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내주 중으로 300~400명의 추가적인 소송인단이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해온과 한국소비자협회는 본격 소송을 시작하기 전부터 매일 수백건의 문의 때문에 업무마비가 왔다. 이들은 30여명의 자동차 분야 관련 교수, 기술사, 기능장, 정비사 등 전문가로 기술지원단을 꾸린 것이 특징이다.
이번 소송의 특성상 일반인은 알기 어려운 기술 부분이 중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본격 소송인단 구성을 시작하기도 전에 200여명이 참여한 상황이다. 법무법인 해온과 협회 측은 13일부터 정식 모집을 시작하면 수천명의 소송인단이 구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네이버 카페 'BMW 화재 피해자 집단 소송'에서 참여 인원을 모집하는 법무법인 인강은 현재 1000명이 넘는 소송인단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승환 대표 변호사는 BMW코리아 등을 대상으로 차주 1명당 2000만~2억원씩을 청구하는 집단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법무법인 보인의 정근규 변호사, 천창수 변호사 역시 'BMW 집단 소송 카페'를 통해 소송인단을 구성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제조물책임에 대한 집단 소송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일일이 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피해 사실에 대한 입증도 직접해야 해서 승소가 쉽지 않다”면서 “특히 이번 소송의 경우 기술적 설명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 만큼 법무법인 선정에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