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4월 역시 과학의 달로 불린다. 그런 탓인지 이 즈음이면 좋은 과학 문화 행사가 많이 열린다. 올해 열린 과학의 달 행사 가운데에는 국립과천과학관이 기획한 '이소연 박사 강연&사인회'도 있었다.
행사가 열린 4월 8일은 이 박사가 소유스 로켓을 타고 첫 우주비행을 한 지 만 10년째 되는 날이었다. 비록 이 사업 공과를 놓고 찬반양론이 비등하지만 당시 우주인 선발은 후보 공모에 무려 3만6206명이 지원했을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단지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그동안 부쩍 성장한 과학 기술 커뮤니티 모습에 비해 과학 문화는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다.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최근 우주인 선발이나 사이언스 북스타트 운동 같은 굵직한 이벤트가 없었던 탓일까. 아니면 정작 과학 문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과학 기술 정책에도 인식 변화가 필요한 것일까. 정부와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어 봐야 할 때다.
첫째 과학 문화 정책 방향이다. 2010년 초 전문가들은 과학 문화 정책이 과학 대중화에서 과학 참여로 전환돼야 한다고 했고, 실제로 '제3차 과학기술문화창달 5개년계획'에도 반영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우리 생활 속에서 선뜻 체감하기는 어렵다.
비록 그 사이 사이테인먼트, 온라인 뉴미디어, 첨단 과학 기술 문화 콘텐츠 같은 세련된 주제어가 생겨났지만 이것들로 풀뿌리 과학 문화나 대중의 과학 참여가 줄어든 빈자리를 채워서는 안 되겠다.
둘째 대다수 국민이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국민 프로젝트나 정책 목표도 하나쯤은 있으면 어떨까 한다. 물론 과학 문화에 이벤트가 중심이면 안 되겠지만 과학 문화가 국민 관심과 공감을 다시 얻는데 어떤 방법이 좋을지 열어 둔 채 한 번 생각해 보면 싶다.
셋째 과학 기술 정책 체감도와 수용성도 높여 갔으면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포괄 성장'이란 보고서에서 경제 성장이 중요하지만 성장 배당이 개인과 사회 집단에 공평하게 나누어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가운데 하나로 '어떤 성장과 누구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인가'라고 썼다.
과학 문화 확산을 생각할 때 우리가 한 번 고민해 봐야 할 것도 이것 아닐까 한다. 비록 과기 정책 주체이자 대상이 연구자일 수밖에 없지만 국민이 얼마나 과학을 체감하고 있는지 항상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넷째 연구개발(R&D) 정책 역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최근 사회 문제 해결형 연구나 중소기업 기술 역량 지원 같은 공공 R&D가 늘어났지만 소외감은 더 클 수 있다. 승자에게 몰아주는 '피킹 더 위너스' 방식에 매몰되거나 당면한 사회 문제를 외면할 때도 공감을 막을 수 있다.
오래된 얘기기는 하지만 한창 과학 대중화가 화두이던 시절 과학 문화는 전문성을 떠나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놓던 인기 높은 정책 주제였다. 정말 과학 문화가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누구도 고민과 시간을 아끼지 않은 그때 관심이 아쉽다.
이제 목표부터 한 번 다시 세워 보자. '인류를 우주로' 같은 거창한 목표도 좋겠지만 '하루 한 번 과학을 느끼게 하자' 같은 목표도 어떨까 한다. 과학 문화 사업으로 부족한 부분을 과학 기술 정책이 나서서 국민 체감도와 수용성을 높여 가면 어떨까. 사소하지만 기대 못한 기쁨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그런 이벤트라면 한 번 만들어 봐도 어떻겠는가. 한류란 대중문화를 만든 나라에서 과학 한류를 상상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새로운 미래 과학 문화를 위해 이제 다시 아이디어를 모아 보자.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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