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재도약 발판으로 삼겠다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 '이쿼녹스'가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쿼녹스가 올해 한국지엠이 국내 출시를 확정한 유일한 신차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이 미국 GM 본사로부터 수입·판매하는 쉐보레 이쿼녹스가 7월 191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판매 시작 두 달째인 신차치곤 초라한 초반 성적이다. 이쿼녹스는 판매 첫 달 6월에도 385대가 판매되며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이쿼녹스가 제대로 신차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한국지엠 전체 판매 실적도 악화됐다. 한국지엠은 6월 9529대로 올해 최대 월 판매 기록을 내며 잠시 반등했으나, 7월 다시 9000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누적 판매는 5만1497대로 전년 동기 대비 38% 하락했다.
이쿼녹스는 미국 시장에서 연간 30만대가량 팔리는 인기 차종이지만,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차명조차 생소할 낮은 브랜드 이미지가 약점으로 꼽힌다. 애매한 차급 설정과 가격 책정도 판매 부진 이유로 지적된다. 이쿼녹스는 배기량 1.6리터 엔진에 준중형 SUV급을 차체 크기를 지녔지만, 가격(2987만~4240만원)은 2.0리터 중형급 SUV와 비슷하다.
업계는 이쿼녹스를 국내 시장에 안착시키려면 동급 국산차와 비슷한 수준의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 구매 가치 가운데 하나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기준으로 볼 때 동급 국산차보다 이쿼녹스가 경쟁 우위를 가져가기 어렵다는 평가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영업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한국지엠은 올 하반기 뚜렷한 신차 출시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중형 세단 말리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와 이쿼녹스보다 큰 SUV 트래버스 도입을 최대한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쿼녹스가 지닌 가치를 아직 국내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이쿼녹스 상품성을 지속해서 알리고, 트래버스 등 추가 신차 도입으로 쉐보레 SUV 라인업을 완성하면 판매도 서서히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