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펩시는 인도에서 시장조사를 하고 있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인도 29개 주 가운데 유독 안드라프라데시의 어린 여학생이 어지럼을 호소하고 있었다. 철분 부족 때문이었다. 12~16세 소녀 열에 일곱이 증상을 앓았다.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철분이 풍부한 식단은 이곳에서는 사치품이란 것. 펩시는 철분을 보강한 비스킷을 만들기로 한다. 지금 아이언 추스티란 비스킷 한 봉지는 2루피, 고작 4센트에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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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인도 시장에는 무려 4억명의 버려진 소비자가 있다. 그러나 하루 3~4달러로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뭔가를 판다는 것은 쉽지 않다. 계급 피라미드의 밑바닥으로 불리는 이 시장은 어떻게 봐야 할까.

미국 코넬대의 에릭 시매니스 교수와 덩컨 듀크 교수는 한 가지 의구심이 생겼다. 많은 기업이 손들고 나간 이곳에서 번창하는 기업은 어떤 이유일까.

성공 기업을 살펴봤다. 공통점이 있었다. 놀랍게도 이 척박한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나름의 지도를 갖고 있었다. 두 교수가 찾아낸 잔도는 모두 아홉 가지였다.

첫째는 생각 바꾸기다. 스리랑카 통신 기업 다이어로그의 정보중개인은 시골 주민에게 휴대폰이 얼마나 유용한지 알려주는 것이 역할이다. 펩시는 아이언 추스티를 시작하면서 84개 마을에 책임자를 두고 280개 학교 7만5000명에게 증상과 치유법을 교육했다.

그다음은 제품을 뜯어고치는 것이다. 펩시는 지역 나름의 요구에 맞춰 매달 새 아이언 추스티를 출시하면서 뉴트리션 스낵이란 시장을 만들어 냈다. 인도 가전기업 고드레지는 초투쿨이라는 69달러짜리 휴대형 냉장고를 판다. 섭씨 15도 목표에 컴프레서를 없애고 12볼트 배터리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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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로컬 파트너 찾기도 해법이다. 알리안츠보험은 SKS라는 미소금융 기관과 손을 잡았다. SKS의 주고객은 여성이었고, 알리안츠는 그 남편이 타깃이었다. 이 파트너십으로 첫 10개월 만에 180만건을 성사시킨다. 팬밀크는 냉장고란 상상할 수 없는 이곳에서 자전거로 요구르트를 배달했다. 지금 가나, 아이보리코스트, 나이지리아에 판매상을 2만5000개 두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도 빼놓을 수 없다. 유니레버는 퓨레이트란 보급형 정수기에 화장품 방문판매라는 흔한 방식을 붙였다. 이 간단한 사고 전환으로 2008년에만 정수기 1만대를 인도에서 팔았다. 세계 최대 시멘트 제조사인 프랑스 라파르주도 인도 슬럼가에서 잘 반죽된 콘크리트를 15리터짜리 백에 담아 배달해 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2015년 4월 4일 펩시는 120억루피를 들인 인도 최대 음료공장을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연다. 4년 전에 마치 예견이나 한 듯 인드라 누이 펩시코 회장은 아이언 추스티 프로젝트에 희망이란 뜻의 아샤(Asha)라는 이름을 붙였다.

과연 이 기업만큼 우리도 새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해 왔을까.

이제 한 가지만 따져 보자. 나에게 있는 문제 가운데 이들 기업과 닮은 점은 없는지. 이 아홉 가지 해법 가운데 착안할 것은 없는지. 나만의 아샤 프로젝트를 한번 상상해 보자.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