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자가 보유한 금융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반토막났다. 해외 리스크 등으로 인해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6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18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자(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개인)의 보유 금융 자산 중 주식 비중이 작년 20.4%에서 올해 11.8%로 줄었다. 연구소가 처음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무역 분쟁, 신흥국 경기 둔화 등의 영향 때문에 주식시장에 대한 부자들의 기대감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국 부자 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4%로, 북미 58%, 서유럽 40%, 일본·호주 37% 등에 비해 적다. 반면 예·적금 등 현금은 56%로 북미 15%, 서유럽 37%, 일본·호주 43%에 비해 높은 경향을 보였다.
투자 비중이 줄어든데 반해 한국 부자 연간 기대수익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5년 9%에서 2018년 20%로 상승했다. 연구소는 주식시장의 호황과 함께 형성된 수익률에 대한 높은 기준이 아직 수정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식 투자를 통해 연 10~20%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부자 의 비중이 30.5%로 가장 컸으며 50% 이상의 수익을 기대한다고 응답한 비중이 28.7%로 두번째였다.
주식 시장별로는 코스닥 시장에 투자하는 비율(77%)이 코스피 시장 투자 비율(76%)을 상회했다. 이는 코스닥 시장 투자를 성호하는 최근의 주식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올해 조사시점 기준 직전 1년간 코스닥 지수 증가율은 40.4%로, 코스피 지수 증가율보다 4배 이상 높았다.
부자가 보유한 총 주식은 국내 일반투자자보다는 약10배 많다. 보유자산 규모가 클수록 위험감수능력이 증가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식을 보유한 부자의 주식 총 평가액은 평균 3억6000만원으로, 주식 보유 일반 투자자의 3400만원보다 크게 많았다.
한편 향후 암호화폐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한국 부자 비중은 2%에 불과했다. 암호화폐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소는 풀이했다.
이러한 투자 의향은 전 세계 고자산가 중 29%,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고자산가의 52%가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결과와 비교할 때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