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예수 코인에 불교 코인까지... 스캠 논란에 휩싸인 황당 'ICO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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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저스 크라이스트(예수)'다. 수탁자는 예수를 배반한 제자 '이스가리옷 유다'로 등재했다. 고객 서비스 담당자는 한 술 더 뜬다. 바로 '예수의 당나귀'다.

이 황당해 보이는 경영진 구성은 '지저스 코인' 홈페이지에 소개된 내용이다. 장난인가 싶은데 이미 ICO 후 일부 해외 암호화폐거래소 상장에 성공했다. 매일 작은 규모지만 실제 거래도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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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코인 홈페이지에 소개된 팀 멤버.

최근 ICO의 세계는 일단 관심을 끄는데 성공하면 돈이 몰린다. 일견 믿기 어려운 황당한 내용도 눈에 띈다. 쉽사리 '스캠'으로 확정짓기는 어렵다. 나름의 지향점과 이를 믿는 참여자가 존재하는 이상 거래 가치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불법과 합법 경계도 모호하다. 물론 ICO 전 프리세일이나 투자유치 밋업 등에서 허위 사실을 적시하거나 가치를 부풀리면 그 자체로 사기다. 다만 '황당한 내용=스캠'이라는 공식을 바로 적용하긴 어렵다. 재미로 시작해 한때 시총 20억달러를 넘어선 '도지코인' 사례도 있다.

지저스 코인뿐 아니라 올해 초 미국 불교계를 강타한 '카르마 코인', 냉동인간 기술 자금 확보를 위한 '크리오 토큰' 등 스캠인 듯 스캠 아닌 다양한 ICO 프로젝트가 실존한다. 국내에서도 카카오 경영진을 사칭한 카카오 코인이나 보물선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가 경찰 수사로까지 이어진 신일골드코인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코인판이 들썩인다.

◇코인이 그대를 구원할지니 '지저스 코인'

올해 초 등장한 지저스 코인은 '탈중앙화된 예수'를 지향점으로 내걸었다. 블록체인 원장과 익명 암호화폐를 활용해 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요 내용은 현대판 '면죄부'다. 지저스 코인을 이용해 교회와 죄사함을 놓고 협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지저스 코인 측은 암호화폐 거래가 기도보다 37%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자선 사업보다 65% 유용하고 지옥으로부터 구원 받을 가능성은 100%다. 예상 시가총액은 무려 500억 달러다.

심지어 “주 예수께서 당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지저스 코인을 사라고 하실 것”이라고 내용까지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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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코인

사실 전반적인 분위기는 풍자에 가깝다. 표정을 장난스럽게 묘사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문구, 경영진 소개 등은 전혀 진지하지 않다. 영어와 라틴어로 작성된 백서 내용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를 의식한 듯 백서 내 자주 묻는 질문에도 '스캠 아니냐?', '농담 아니냐?'라는 항목으로 자문자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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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코인 백서 내 백서 내 자주 묻는 질문에도 스캠 아니냐?, 농담 아니냐?라는 항목이 담겼다.

그럼에도 코인익스체인지와 스톡익스체인지 등 해외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코인마켓캡 기준 시가총액은 약 40만달러(약 4억5000만원), 일 거래액 규모는 151달러다.

◇블록체인으로 연결된 명상공동체 '카르마 코인'

불교계에서도 올해 초 불교 암호화폐를 표방한 '카르마 코인'이 화제가 됐다. 평등한 불교 공동체를 지향하는 불자 온라인 커뮤니티 로토스 네트워크에서 만든 코인이다. 미국 불교 전문지 라이언스로어가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국내에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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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라이언스로어(https://www.lionsroar.com)

로토스 네트워크는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공동체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사찰이나 명상센터가 아닌 전 세계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디지털 사찰이다. 상업화된 명상 산업에 대한 비판 의식이 출발점이다.

분산화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불교 관련 교리 콘텐츠를 공유하고 실시간 명상수업을 제공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뇌파·생체 데이터를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술과 몰입형 수행환경에 최적화된 VR 기술 활용 계획도 소개했다.

ICO를 거쳐 거래소에 상장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코인마켓캡 등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로토스 네트워크 홈페이지도 열리지 않는 상태다.

◇냉동인간 실현을 위하여...'크리오 토큰'

공상과학(SF)에 나올 법한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 암호화폐 발행에 나선 기업도 있다. 러시아에 거점을 둔 '크리오 젠(CryoGen)'은 냉동보존기술 연구를 위해 '크리오 토큰' ICO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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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인간 암호화폐 크리오젠 백서 대표 이미지

사전 판매와 ICO를 통해 총 1억개 코인을 발행했다. 1크리오 토큰 가격은 1달러다. ICO를 통해 총 1400만달러나 유치했다.

참여 가격에 따라 DNA나 신경뿐 아니라 신체, 애완동물까지 냉동시킬 수 있다. 신체 전체와 애완동물 보존을 위해선 3만2400크리오를 지불해야한다. 가장 비싼 상품은 '우주에 저온 백신을 보내는 것'으로 18만크리오나 요구한다.

현재 냉동보존 연구는 난자와 정자 등 일부 세포를 보관하는 수준에 그친다. 신체를 냉동시키더라도 깨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계 3대 냉동 기업에서도 인체를 해동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백서에 따르면 크리오 젠은 실제로 냉동센터를 운영 중인 '크리오러스(Kriorus)'라는 회사의 후신이다. 학계에서는 동결 과정에서 신체 손상이 발생하며 냉동인간이 회생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냉동기술 자체가 실현 불가능하다고 공격받는 상황에서 사실상 스캠이나 다름 없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카카오 사칭해 사기치다 걸린 '카카오 네트워크 코인'

국내에서는 유명 IT기업을 대놓고 사칭하고 어설픈 백서를 앞세웠지만, 얼마 못가 스캠으로 판명난 사례도 있다. '카카오 네트워크 코인(KON)'은 블록체인 기반 통합 네트워크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며 카카오뱅크 이미지와 명칭 등을 도용했다.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 대표 등을 백서에 CEO로 기재하는 대범함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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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네트워크코인은 카카오뱅크 이미지를 도용해 사기를 시도했다.

공동창업자로 명시된 황성재 퓨처플레이 대표는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실이 아니며 100% 스캠”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에서도 “당사가 계열회사 그라운드X를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해당 사이트(카카오 네트워크)에 언급된 그 어떠한 내용도 당사와 무관하다”고 공지했다.

대형 거래소 이름도 팔았다. ICO 단계임에도 홈페이지에는 후오비, 오케이엑스, 힛빗, 비트렉스 등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됐다고 홍보했다. 통상 암호화폐는 ICO가 마무리된 후 내부 심사 혹은 투표(오케이이엑스, 후오비 등)를 거쳐 상장된다.

총 발행량은 1000억개, 1KON 가격은 1원으로 책정했다. 총 1000억원을 가로채기 위해 벌어진 사기극이었으나 자정 작용은 생각보다 빠르게 작동했다. 속은 사람이 있었을까? 그 와중에도 60이더리움(약 240만~300만원) 정도를 편취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홍보와 마케팅으로...모두의 눈을 가린 '센트라'
카카오 같이 유명기업을 사칭한 스캠 행위는 단기간 내 발각되기 쉽다. 문제는 그럴 듯해 보이는 기술로 자금을 모집하는 경우다.

최근 이더리움 기반 결제 프로젝트 ‘센트라’가 스캠으로 판명됐다. 센트라는 비자, 마스터카드를 파트너사로 확보했다고 홍보했다. 유명 권투선수 메이웨더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눈길을 끌었다. 모금 금액에 따라 블루, 골드, 블랙, 티타늄으로 실물카드를 발행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실사용기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밋업을 개최해 투자자 관심을 끌었다.

센트라는 ICO로 3200만달러(약 309원)를 모았다. 그러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 결과, 이 회사 계좌에는 한 푼도 없었다. 개발이 아닌 가짜 유명 경영진 섭외, 소셜미디어 홍보 등에 모든 자금을 투입한 것이다. 비자 및 마스터카드와 연계했다는 홍보 내용도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센트라는 상장폐지됐다. 바이낸스, 오케이이엑스, 힛빗 등 세계적인 거래소에 상장됐을 정도로 주목 받았던 센트라 프로젝트는 ‘정교한 사기극’으로 막을 내렸다.

◇대마초 산업과 블록체인의 만남 ‘버드보 코인’
국내에서는 마약류로 규정돼 명백히 불법인 ‘대마초’ 유통을 지향하는 코인도 있다. 버드보(BUDBO) 코인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투명하고 표준화된 의료용 대마초 거래 플랫폼이 목표다. 소매상과 재배업자, 제조사, 연구소 등 상호 공급망을 전 세계적으로 연결해 대마초 산업 양성화를 이뤄낸다는 설명이다.

한국어 백서까지 발간됐다. 프리세일과 ICO 등에는 국내 사용자도 일부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토큰은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총 2억개를 발행했다. 히트BTC와 아이덱스 등 해외 거래소에 상장됐으나 시가총액이 제대로 집계돼지 않고 있다.


 


박정은(jepark@etnews.com),함지현(goh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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