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넷, 전기차 급속충전기 판매 4000대 돌파…테슬라·ABB 이어 세계 3위권

국내 중소기업 시그넷이브이의 전기차용 급속충전기 국내외 판매량이 4000기를 넘어섰다. 1만기 이상을 구축한 테슬라(미국)와 7000기 넘게 판매한 ABB(스위스)에 이어 엠파섹(포르투갈) 등과 함께 세계 3~4위권을 기록했다.

시그넷이브이는 7월 기준 급속충전기(50㎾급 이상) 국내외 누적 판매량(계약기준)이 4111기로 집계됐다고 31일 밝혔다. 공급기준으로는 해외 809기를 포함해 총 3743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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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넷이브이 직원들이 미국 수출을 앞둔 초급속 충전기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수출과 국내 수주물량은 각각 1021·3090기로, 일반적인 충전기 가격으로 따지면 1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국내 물량(3090기)은 전국에 깔린 급속충전기 약 5000기 중 절반이 넘는다.

시그넷이브이 충전기 대부분은 일본 차데모(CHAdeMO) 규격을 채용했다. 일본 차데모협회가 밝힌 세계 차데모 급속충전기 수는 1만8030개다. 이 중 시그넷 물량이 전체의 약 20%를 차지하는 셈이다. 충전규격(급속) 국제 표준은 '콤보 타입1·2'와 차데모, '슈퍼차저' 등으로 이 중 차데모 규격 충전기가 압도적으로 많다.

향후 수출 전망도 밝다. 이 회사는 최근 폭스바겐이 2조원을 들여 미국 전역에 구축하는 충전인프라 사업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Electrify America)'에도 ABB와 함께 충전기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내년까지 확보한 350㎾급 제품 등 초급속충전기 물량만 약 400기에 달한다.

시그넷이브이는 2013년부터 일본 마루베니 상사와 함께 해외 시장을 공략해 왔다. 미국·유럽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어 앞으로도 안정적 물량공급이 예상된다. 미국은 닛산·기아차·포드·BMW·GM 등과, 유럽은 현대차·기아차를 포함해 독일과 이탈리아·스페인 등에서 국가 지역 충전서비스 업체를 파트너로 두고 있다. 여기에 내년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는 일본 토요타와 글로벌 상용차(트럭·버스)와도 전용 충전기 공급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황호철 시그넷이브이 사장은 “전기차 시장 초기인 2013년부터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 집중한 결과 4100기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면서 “국내 최초로 50㎾h급 급속충전기를 개발, 현재 250·400㎾급 초급속 충전기까지 최고사양 모든 라인업을 갖추며 국제 규격을 획득한 유일한 업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1261곳의 테슬라 충전소에 설치된 '슈퍼차저'는 1만21개로 집계됐다. 테슬라 슈퍼차저는 보통 125㎾급 충전설비로 두 개의 충전기(케이블)로 구성됐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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