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생산을 내재화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와 손잡고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로이터에 따르면 다임러그룹은 독일 진델핑겐과 운터튀르크하임에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갖출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다임러는 이미 독일 카멘즈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베이징, 방콕, 미국 앨라배마주 투스컬루사 공장에 배터리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일본 토요타는 지난 18일 파나소닉과 배터리 합작사인 PEVE 미야기현 공장에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라인 2개를 신규 건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PEVE 미야기현 공장에서는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을 위한 4, 5라인이 건설 중이다. 신규 생산라인이 준공도 되기 전에 신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토요타가 2030년까지 전기차를 550만대 이상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토요타 전기차용 배터리를 거의 전량 공급하는 PEVE 증설이 필수다. 신규 라인이 2021년 가동을 시작하면 PEVE 미야기현 공장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능력은 현재의 두 배로 늘어난다.
중국 장안자동차는 현지 2위 배터리 생산 업체인 BYD와 손잡고 충칭에 10기가와트시(GWh) 규모 대형 배터리 생산 공장을 합작 설립하기로 했다. 첫 단계로 5~6GWh 규모 공장을 설립하고, 이후 4~5GWh 규모 공장을 추가로 짓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플랫폼을 공동으로 구축한다.
이미 BMW는 지난해 말 향후 4년간 2억유로을 투자해 2019년 초 오픈을 목표로 독일 뮌헨에 배터리 연구소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도 의왕연구소에 배터리 셀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며 배터리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전문 업체로부터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받던 자동차 제조사가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 나서는 이유는 전기차 원가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가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 등 전기차 성능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거나 합작사를 통해 생산에 관여하면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배터리 제조사와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면서 “전장부품 업체 보쉬가 배터리 셀 자체 개발을 시도했다가 포기한 것처럼 배터리 성능 고도화는 어려운 과제이지만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에 수급 안정성과 기술 최적화를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