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한국블록체인협회에 거는 기대

지난 11일 블록체인협회가 12개 암호화폐거래 대상으로 자율규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반 심사와 보안성 심사를 통해 이들 거래소가 문제가 없는지, 투자자 대응 능력을 갖췄는지 들여다보는 중요한 검증이다.

결과는 12개 거래소 모두 적격 판정을 받았고, 거래소 성적표는 공개하지 않았다.

간담회에 참가한 기자 중 일부는 심사결과 발표 간담회라고 해놓고 정작 심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협회에 의문을 제기했다. 자율규제 심사 결과에 대해 실효성 논란까지 일었다.

이번 자율규제 심사는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주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그 무게감 만큼 협회가 좀더 언론, 혹은 투자자와 소통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협회가 지표로 내세운 여러 심사 항목은 나름대로 구체적이고, 향후 거래소 신뢰성을 판단할 수 있는 세부 기준을 제시했다. 첫 심사 검증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

하지만 심사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대목은 여러 이견이 있다.

우선 협회는 자율 심사이고, 전체 거래소를 대상으로 한 심사가 아니기 때문에 세부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해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협회 입장을 존중한다.

하지만 최근 암호화폐거래소는 잇단 해킹과 먹튀 사고, 정부의 중심 없는 정책으로 인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투자자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협회의 존립기반은 회원사가 아니라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와 투자자가 돼야한다.

그렇다면 블록체인협회는 최소한의 기준점을 제시했어야 했다.

심지어 최근 해킹 피해가 발생한 대형 암호화폐거래소까지 적격 판정을 내렸다. 과연 제대로된 검증이 이뤄졌는지 오해 소지가 있다.

협회는 이번 자율규제 심사의 한계에 대해서도 스스로 입장을 밝혔다. 2차, 3차 자율규제 심사도 이어가겠다고 했다. 다음 심사는 투자자 등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척도를 제시해주길 바란다.

블록체인협회는 한국 암호화폐 뿐 아니라 블록체인 산업 대변을 위해 설립됐다. 책임감을 갖고 정부와 민간을 잇는 교량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 규제가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을 막는 바리케이트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한 과속방지턱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협회가 정부와 현장을 소통시키고 조정하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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