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정조준한다.
금감원이 올해 중으로 지난 정부에서 폐지했던 종합검사 제도를 부활시켜 지배구조 개선이 미진한 금융회사는 인사와 예산집행 등 경영실태 전체를 샅샅히 들여다 본다. 자율성 강화를 통한 금융혁신보다 공정경쟁 확립을 위한 감독에 중점을 둔다.
윤 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금융감독 혁신과제'를 발표했다.
윤 원장은 “금융사의 경영실태를 큰 그림에서 파악·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일정 주기마다 종합검사를 실시하던 과거 관행과 달리 지배구조와 소비자보호 등 감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금융사를 선별해 종합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두 달여 만에 윤 원장이 공식석상에서 처음 밝힌 금융감독 방향이다.
금감원은 4분기 중으로 종합검사 제도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윤 원장이 취임 당시부터 밝힌 금융감독 본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 가계대출 관리 목표 등 감독 목표 이행 여부 등을 종합 고려해 종합검사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지배구조 개선 및 소비자보호 등 감독 목적에 맞지 않는 회사를 선별해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한다. 지배구조와 내부통제를 전담하는 전문검사역도 신설한다.
종합검사는 상시검사, 선별검사 등과 달리 특정 금융사를 지정해 10여일간 기존 금융사 업무뿐만 아니라 인사, 예산집행 등 사실상 모든 영역을 집중 검사하는 제도다.
진웅섭 전 금감원장의 금융감독 쇄신 방안에 따라 2014년 10월 현대해상에 대한 종합검사를 끝으로 3년여간 실시하지 않다가 지난달 한국투자증권 등 금융투자업계를 대상으로 일부 검사를 재개했다.
금융사 지배구조 점검도 강화한다. 최고경영자(CEO) 선임절차, 경영승계계획 마련 등 지배구조법 준수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지배구조나 내부통제 부실 등으로 소비자보호에 실패한 금융회사나 경영진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영업정지, 해임권고 등 중징계한다.
금감원은 4분기 지배구조 부문에 대한 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평가 결과가 미흡한 지주사는 종합검사 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다.
사외이사 후보군의 다양성도 들여다 본다.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여부를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힌 만큼 도입 여부에 대한 갈등도 예상된다.
또 보험회사의 계열사 투자주식 과다 보유에 따른 리스크를 따져 이에 상응하는 자본을 요구하는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이 지나치게 많으면 자본을 더 쌓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이번 대책은 금융사의 자율성을 강화해 금융산업 발전을 유도하기 보다는 공정경쟁 기반 구축을 위한 감독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 발표한 혁신과제 대부분은 감독기구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기존 금감원의 건전성감독에 더해 영업행위감독까지 더해지면서 자율보다는 책임에 무게가 실렸다.
윤 원장은 “최근 금융권에서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났다”며 “단기적으로는 감독 강화라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다”며 “우리 금융이 새로운 자리를 찾게되면 그 다음부터는 금융감독도 완전한 자율을 토대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