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명히 해야할 것 있다" '뼈있는' 신경전…북미 核담판 이틀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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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출처:청와대 페이스북>

북한을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7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북미정상회담 후속 조치 논의를 위한 이틀째 회담에 돌입했다.

전날 오후부터 이어진 회담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회담 시작 전부터 덕담과 함께 '신경전'으로 비칠 만한 말들을 주고받으며 협상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짐작게 했다.

AP, AFP통신 등 미국 대표단 방북에 동행한 외신 풀 기자단에 따르면 전날 오후에 이어 7일 오전 9시께부터 재개된 이틀째 회담은 김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시작됐다.

김 부위원장은 백화원 영빈관에서 처음으로 하룻밤을 묵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잘 주무셨느냐'며 간밤의 안부부터 물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지만 1박2일간 머물며 하룻밤을 보낸 것은 처음이다.

김 부위원장은 이내 "하지만 우리가 어제 매우 중요한 문제들에 관해 매우 심각한 논의를 했다. 그 생각 때문에 지난밤에 잘 못 주무신 것 아니냐"고 '뼈있는' 인사말을 이어갔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괜찮다. 잘 잤다"며 "우린 어제 좋은 대화를 했다. 감사드리고, 계속되는 오늘의 대화 역시 기대한다"고 답했다.

김 부위원장은 여러가지 꽃이 만발했다는 뜻의 '백화원'을 폼페이오 장관의 '나이'와 연관지어 소개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이 "백화원 주변은 나무와 식물들로 가득 차 있어 공기가 매우 좋다. 나이 50이 넘은 사람들에게 좋은 장소다"라고 하자, 폼페이오 장관은 "그럼 나도 포함되겠다"고 답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지난 북미정상회담 이후 이번이 첫번째로 대면한 고위급 회담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회담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회담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따라서 우리가 두 나라 간의 관계를 구축해 나가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하는 일은 더 밝은 북한을 위해, 우리 두 대통령께서 우리에게 요구한 성공을 위해 극히 중대하다"고 말했다.

미국에 있어 이번 회담의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도출하는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그 대가로 '더 밝은 미래', 즉 확실한 경제 보상을 약속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물론 그것은 중요하다"고 화답하면서도 "내겐 분명히 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못박았다.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조치들을 받아들이기 전에 북한으로서도 먼저 확인할 사항들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김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의 '완전한 비핵화' 발언 등 '비핵화 이슈'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분명히 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만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폼페이오 장관도 "나 역시 분명히 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맞받았다.

'분명히 해야 할 것들'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 북미 양측 모두 부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는 비핵화라는 핵심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서로의 전제 조건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양측이 전날 3시간 가까이 회담을 열고 실무 만찬까지 함께 하며 후속 협상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거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입장차와 기싸움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폼페이오 장관을 수행해 방북한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 안전(체제) 보장, 미군 유해 송환이라는 세 가지 목표에 대해 미 정부의 입장은 "매우 확고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와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진전이 이뤄져 왔다고 덧붙였다.

나워트 대변인은 또 북미가 비핵화 검증 등 핵심사안을 논의할 워킹그룹들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풀 기자단으로 방북한 외신들도 대체로 이번 회담이 쉽게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AP통신은 미국 측 관리들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면담이 이날 오후 늦게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 ABC방송의 타라 팔메리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아침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 사이에 약간의 긴장감이 감지됐다"며 "노어트(미 국무부 대변인)가 말하길, '우리는 쉬울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적었다.

팔메리 기자는 이날 오전 평양 현지에서 전한 리포트 영상에서는 "어제 첫날 회담에서는 북미 양측이 비핵화의 구체적 내용보다는 신뢰를 쌓는 것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노어트 대변인도 전날 저녁 있었던 만찬을 '관계를 구축하는 자리'로 표현하면서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이 서로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틀째 회담은 7일 오전 9시부터 약 4시간 가까이 이어졌으며, 양측 대표단은 곧이어 실무 오찬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이틀째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7일 오전 일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협상 진행 경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보안전화 통화를 위해 잠시 백화원 영빈관 단지를 떠나 모처로 이동하기도 했는데, 이는 혹시 모를 감청 위험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AF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에 있는 자신의 골프클럽에 머물던 중 폼페이오 장관의 보고를 받았으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함께 보고를 받았다고 미 국무부는 밝혔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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