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대기업 중심 구도로 고착되면서 1990년대 중반 이후 중소기업, 벤처, 스타트업 육성 필요성이 제기됐다. 창업을 강조하는 분위기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창업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성장과 유지는 더욱 어렵다. 여건이 대기업에 비해 열악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정부와 사회 전반에 걸친 지속된 노력에도 여전히 많은 젊은이가 대기업 취업에 목을 맨다. 창업조차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스펙으로 활용하려는 게 요즘 세태다. 창업의 꿈을 접고 대기업 입사 시험을 반복 준비하는 젊은이 입에서 “예비 장인어른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나온다.
창업은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서 도전하는 것을 일컫는다. 단순히 프랜차이즈나 소매점을 개업하는 것과 다르다. 국가 경제 기여도 차원으로 볼 때 질에서 차이가 난다. 창업 기업 속에서 미래 국가 산업 및 경제를 지탱해 줄 핵심 트렌드 기업 후보가 자라난다.
세계를 움직이는 기업 상당수는 인터넷, 모바일,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글로벌 벤처 열풍 시기에 잉태했다. 선진국에선 산업혁명 연장선에서 탄생한 전통 대기업과 ICT 기반 대기업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다. 우리도 아직은 제조업 기반 산업화 시대에 잉태한 대기업이 경제를 주도하고 있지만 벤처붐 태생 기업이 대기업군으로 올라서면서 역할과 위상이 점점 커지고 있다.
통계를 보면 청년 기업 10곳 가운데 9곳은 실패한다. 이에 따라서 청년 도전 정신은 정부와 사회가 정책 차원에서 함양해야 한다. 인구 절벽에 직면한 우리나라는 한 세대만 더 지나면 경제 인구 부족 시대를 맞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아이디어와 역동성이 증가 내지 증대하지만 한국 청년층은 오히려 기업가 정신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일본도 청년 도전 정신 결여가 사회 이슈였다. 여전히 일본 창업 도전 정신은 세계 최하위다. 일본은 호황으로 구인 배율(취업률)이 역대 최고 수준이어서 문제가 숨어 있지만 청년이 창업을 기피하는 현상은 가까운 미래에 일본 경제를 어려움 속으로 빠뜨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아쉽게도 2018년 대한민국 창업 현주소는 해외 선진국에 비해 초라하다.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나질 않는다. 가족부터 창업을 반대한다. 과거 선배 경험치는 '사업 실패 = 가정 파탄'이라는 등식을 만들었다. 정부와 사회 노력에도 여전히 실패에 따르는 공포가 창업 의지보다 큰 게 현실이다.
우리는 지금 인터넷과 ICT 기반 창업의 대를 이을 새 미래 기둥을 4차 산업혁명 흐름 속에서 키워야 한다. 대기업과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는 젊은이보다 창업에 나서는 도전 인재를 많이 길러 내야 한다. 정부가 내세운 혁신 창업 국가 실현을 위해서는 아이디어를 믿고 두려움 없이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성실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 지금 존재하는 창업 지원 정책만 제대로 알려도 도전은 늘어날 것이다. 창업에 도전한 경험을 높이 사야 한다. 창업 CEO의 1년 경험은 샐러리맨 5년 경험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창업에 도전해 본 젊은이는 국가 자산이다.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층의 고민, 노력, 경험은 미래 경쟁력이다. 성공과 실패를 사회 자산으로 축적하고, 성과를 선순환 생태계로 조성해야 한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