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혼선과 협의

Photo Image

문재인 정부 정책이 곳곳에서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달부터 시행된 근로 시간 단축 보완 대책을 두고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온 데 이어 금융소득종합과세와 관련, 기획재정부와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사이에도 이견이 표출됐다.

첫 엇박자 근원지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대상으로 실시한 주 52시간 근로제 때문이다. 산업계는 근로 시간 단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업별로 차이가 큰 준비 여건과 사업장 특성을 감안, 탄력근로제 단위 시간 확대를 요청했다. 현행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여당인 민주당이 긍정 반응을 보였다. 홍 원내대표가 여러 자리에서 “탄력근로시간제 범위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업계 의견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야권에서도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이 같은 보완책을 요구했다. 모처럼 여당과 주요 야당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업계 기대감도 높아졌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고용부 판단은 달랐다. 김 장관은 모든 분야에서 범위를 확대하면 노동 시간 단축 의미가 없다고 생각, “하반기 실태 조사 후 결정하겠다”며 유보 입장을 취했다. 여당 대표와 주무 부처 장관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후속 보완 대책을 기대하던 기업은 아쉬운 상황이 됐다.

재정 개혁 권고안에서는 기재부와 재정개혁특위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재정개혁특위가 지난 3일 부동산과 금융자산 보유세 동시 인상안을 권고하자 기재부는 이튿날 동시 추진은 어려운 일이라며 반대했다. 권고안을 낸 재정개혁특위는 머쓱해졌다.

국민은 혼란스럽다. 당장 자산에서 빠져나가는 돈의 규모가 달라지는데 하루 사이 오락가락하는 정책 메시지 가운데 어느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할지 어지러울 지경이다.

이 와중에 한발 빼는 청와대는 더 얄밉다.

청와대는 홍 원내대표와 김 장관 간 갈등 구조를 두고 “그 정도 의견차는 얼마든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소통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재부와 재정개혁특위 이슈에는 “정부는 자문기구 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최종으로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판단했다. 정부가 재빨리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는 설명이다.

정부 정책에서 모든 관계 부처, 기관이 같은 목소리를 내란 법은 없다. 각자 주안점을 두는 가치와 지향점에 따라 다른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활발한 의견 개진은 필요하다. 의견이 다르면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왜 국민과 기업이 중간에서 혼란스러워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청와대는 지켜보면서 결론이 정리되기를 기다리면 된다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가뜩이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정책 변화에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아무리 정책 취지가 좋아도 실제 시행 과정에서 파열음이 나면 좋을 게 없다.

'혼선'을 막기 위해 행하는 것이 '소통'이고 '협의'다. 청와대와 정부는 거꾸로 혼선을 소통·협의의 자연스러운 과정 가운데 하나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호준 산업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