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교육개혁 대진단]<7·끝>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직업교육

정부가 이달 말 민관합동으로 '직업교육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 발표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변화, 청년일자리 불균형 문제 등이 사회 큰 문제로 대두된 데 따른 조치다. 지난 1월 김상곤 부총리는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직업교육 마스터 플랜 수립을 위한 민관합동추진단을 꾸렸다. 추진단은 교육부 차관을 단장으로, 교육부·고용부·중기부 등 관계부처 담당 국장과 학회·연구기관 등 민간 전문가로 구성됐다.

직업교육 마스터 플랜은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계획인 '평생·직업교육 혁신' 실천과제 중 하나다. 마스터 플랜에는 미래 직업 환경 변화에 선제 대응하고 국민 직업능력 개발 기회를 보장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직업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맞춰 직업교육 전환을 준비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동안 대입 입시에 비해 소외됐던 직업 교육 관심을 끌어올릴 계기도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직업 교육 기회를 확대한다고 해서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긴 부족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령에 관계없이 평생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쌓는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이를 경력에 활용하는 것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선취업 후진학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가 청년 취업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선취업 후진학 활성화에 나섰으나, 교육 바우처를 지원하는 정도로는 학력-일자리로 이어지는 강한 고리를 끊기가 쉽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향후 10년 노동시장에서 대졸자 이상 초과공급 75만명, 고졸자 초과수요 113만명으로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현상이 청년 일자리 문제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라고 인식해 추경예산까지 확보해 선취업 후진학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직업교육을 받고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학생은 1인당 약 300만원 장려금을 받고 중소기업에 3년 이상 재직 중인 고졸 후학습자는 정부로부터 학비를 전액 지원받는다.

후학습은 향후 기업 생산성 제고로 이어질 투자라고 볼 수 있으나 이를 반기는 기업은 찾기 어렵다. 학력이 높아졌다고 임금을 올려주는 경우는 더 드물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학을 졸업해 취업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는 인식을 깨기 힘들다. 정부가 특성화고 취업률 같은 숫자를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하거나 비용을 지원하는 형태로는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학생과 구직자가 만족할 수 있는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한 직업계고 교장은 “고졸자 상당수가 중소기업에 취업하는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선취업 후진학이 자리잡기 힘들다”면서 “병역의무 이행에 따른 기업의 고졸자 채용 기피 등도 해소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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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김상곤 부총리(왼족 여섯 번째)가 선취업-후학습 활성화를 위해 기업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평생 교육으로 직업교육 저변을 넓히는 문제도 거론된다. 정부는 최근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매치업(한국형 나노디그리)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온라인공개강좌(K-MOOC)에도 직업 교육 강의를 대거 포함하기로 했다. 매치업은 기업이 AI·빅데이터 같은 새로운 분야 해당 직무를 발굴하고 교육기관이 교육 커리큘럼을 짜도록 정부가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신뢰도 높은 전문 교육기관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취지다.

기업이 앞다퉈 신청할 것 같지만, 오히려 지원기업이 많지 않아 교육부가 애를 먹는 실정이다. 1월부터 현재까지 KT·엑셈·하림그룹 등 3개 기업이 매치업 프로그램에 참여키로 했다. 정부 사업인 만큼 채용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진로교육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직업 교육 프로그램과 학생이 원하는 진로 교육이 미스매치가 일어난다는 지적이다. 초·중학교 직업 교육은 일회성 직업 체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도 대도시 학생은 직업 체험 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농·산·어촌 학생은 힘들다.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토론식 수업으로 핵심 역량을 키우도록 하는 자유학기제와 자유학년제가 확대되고 있으나, 교사는 콘텐츠를 걱정한다.

각종 자격증과 연관된 교육프로그램은 난무하지만, 기술에 대한 접근은 떨어진다. 제조업 장인의 기술 노하우를 전달해 줄 교육과정은 찾기 힘들다. 최근 한국생산성본부가 스마트러닝 플랫폼을 도입해 기술 교육 저변을 넓히기로 했다. 기관의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류 열풍이 일고 있는데 이를 겨냥한 직업 교육은 왜 없는 것인가. 정부가 지원하는 직업 교육의 틀은 너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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