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잘' 논란으로 오너 일가가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위기에 빠진 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역시 하청업체에 대한 무리한 요구 '갑질' 의혹으로 '기내식 대란'을 야기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1일 상금 7억원이 걸린 골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칭따오로 출국했다고 이날 긴급 귀국했다. 아시나아항공 여객기에 기내식이 제대로 실리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점검하기 위해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일 전체 항공 80편 가운데 51편이 1시간 이상 지연 출발했고, 기내식 없이 출발한 항공편은 38편으로 전해졌다. 2일에는 총 75편의 항공편 가운데 1시간 이상 지연 건수는 10건이었고, 기내식 미탑재 상태로 이륙한 항공기는 28편에 달했다. 하지만 박 회장이 탑승했던 지난 1일 '인천~칭따오' 항공편(OZ317)의 경우 기내식을 제대로 준비하고 정시에 운항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내식 대란'이 아시아나항공의 갑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루프트한자 그룹 계열사인 기내식 공급 전문업체 'LSG스카이셰프'는 2003년부터 5년 단위로 아시아나항공과 기내식 공급 계약을 체결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계약 갱신 과정에서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20년 만기 무이자로 사줄 것을 요구하면서 계약과계가 끝났다. 이는 배임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서 LSG 측에서 거부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5월 계약을 해지하고 '게이트고메코리아(GGK)'라는 회사와 기내식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중국 하이난항공과 금호홀딩스의 6대 4 합작 회사다. 당초 GGK는 LSG 기내식 공급이 종료되는 이달 1일부터 아시아나항공기에 기내식을 공급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기내식을 생산하는 공장에 불이나 기내식 공급시점이 2018년 10월 1일로 미뤄졌다.
아시아나항공은 GGK 협력사이자 소규모 기내식 공급업체인 '샤프도앤코'와 오는 9월30일까지 기내식 공급 단기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생산규모가 1만5000인분, 통상 공급 물량 3000인분에 불과한 샤프도앤코는 하루 2만5000인분이 필요한 아시아나항공에 정삭적인 기내식 공급이 불가능했다. 5개 업체에 재하청을 줬지만, 첫 날부터 기내식 대란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재하청업체 중 하나인 A사 대표 B씨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LSG 측에 투자를 강요하고, 기내식 납품 업체에 납기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무리한 행위가 결국 이번 대란과 불미스러운 일의 원인이 됐다”면서 “공정위, 국세청 측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대표는 공식적인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사장은 “이번 기내식 공급업체 변경 과정에서 관련 서비스에 차질이 생겨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 드린다”면서 “1일 생산된 기내식을 포장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혼선이 발생했고, 그 결과 일부 편은 지연되고 일부 편은 기내식 없이 운항하게 돼 고객 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쳐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의 인력과 자원을 집중 투입해 시행 초기 오류를 현저히 줄여나가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정상적인 기내식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