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제도가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2일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7월 근로기준법 개정 시행에 따라 한 주를 시작하는 이날부터 대부분 사업장에서 새로운 근로시간 합산 체계가 적용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경영계가 보완책으로 요구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 논의는 제자리 걸음이다. 노동계는 물론 정부도 미온적 입장을 보이면서 관련 논의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의당과 노동계 반발이 극심해 국회 논의가 어렵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까지 노동계 의견에 무게를 두는 입장을 취하면서 당정 간 엇박자가 빚어졌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연이어 “탄력적 근로시간제 범위를 현행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7월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시행하는 주 52시간 근로에 대한 보완책이다.
홍 원내대표는 “여야가 2020년 안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늘리도록 합의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원내 제3당인 바른미래당도 확대에 찬성한다.
국회 환노위 소속 신보라 한국당 의원 등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최장 1년으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바른미래당도 같은 의견이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반대 의견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대통령 공약인 임기 내 연간 1700시간대 노동시간을 이루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에 더 이상 혼선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평화당과 정의당이 함께하는 평화와정의 교섭단체와 노동계 반발도 문제지만,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이 지연되면서 논의 자체가 중단됐다.
한국당 관계자는 “정의당 등의 반대의견이 큰 상황이고,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이 되지 않은 상태라 이른 시일 안에 국회 논의가 마무리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6개월 유예 기간을 둔 만큼, 올해 안에 단축근로와 관련한 사항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노동계 주장에 무게를 둔 모습을 보이면서 입법과정 셈법이 복잡해졌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관한 것은 산업과 기업마다 다를 수 있다. 그 부분에 관해 하반기에 실태조사를 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다 6개월을 하면 노동시간 단축 의미가 없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연장 방안을 검토할 수 있으나, 산업과 기업 구분 없이 전반적으로 6개월로 늘리는 데는 반대한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김 장관 발언으로 정부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에 반대하는 노동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지속적으로 연장 필요성을 밝힌 여당 원내대표와도 어긋난 방향이다.
이와 관련, 홍영표 원내대표는 전자신문과의 통화에서 “(고용부)장관이 어떤 말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안다고 하더러도) 내가 얘기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