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악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가 이사장 등 주요 직책을 갖고 공익법인을 지배했고, 공익법인은 총수 2세 출자회사 등의 주식을 집중 보유했다. 공익법인과 총수일가·계열사 간 내부거래도 빈번하지만 통제장치는 미흡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51개 대기업집단 소속 165개 공익법인의 운영 실태를 조사·분석한 결과를 1일 발표했다. 공정위는 공익법인이 본래의 '공익 증진' 역할에 집중하도록 이들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방안을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기로 했다.
공익법인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상 상속세 면제 등의 세제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공익법인이 설립 취지와 달리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비판이 지속 제기됐다. 이에 공정위는 공익법인 대상 경제력 집중 억제시책을 수립하기 위해 실태 조사·분석을 실시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상당수는 총수 친족 등 특수관계인이 지배했다.
대기업집단 총수·친족·계열사임원 등 특수관계인이 공익법인 대표(이사장·대표이사)인 경우는 59.4%(98개)에 달했다. 특히 총수·친족 등 총수일가가 직접 대표를 맡은 경우는 41.2%(68개)로 나타났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고유목적 사업(공익법인 법령·정관에 규정된 설립목적을 직접 수행하는 사업)을 위한 수입·지출이 전체 수입·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불과했다. 전체 공익법인(60%)의 절반 수준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런 현상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소속 공익법인에서 뚜렷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공익법인은 기업집단 내 계열사 중 상장사, 자산규모 1조원 이상 대형회사, 해당 기업집단 대표회사, 총수 2세가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 등의 주식을 집중 보유했다. 또 보유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 시 모두 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익법인과 기업집단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빈번하게 이뤄졌다.
2016년 기준 총수 관련자와 자금거래, 주식 등 증권거래, 부동산 등 자산거래, 상품용역 거래 중 어느 하나라도 있는 공익법인은 100개(60.6%)로 집계됐다. 계열사는 물론 동일인 친족과 부동산이나 상품용역 거래를 한 경우도 있었다.
공정위는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이나 사익편취 등에 이용됐다고 의심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조사는 실태 파악을 위한 것으로 제재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공익증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 필요성이 있다”며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며, 향후 외부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대표자 현황(자료:공정거래위원회, 2018년 3월 기준, 단위:개)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