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산업협동조합 세미나 “자동차산업, 노동비용 급증으로 위기 직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미국 통상압력 강화, 글로벌 시장 저성장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노동비용 급증으로 인한 미래를 위한 투자에도 제한이 큰 상황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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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수출 현장 (전자신문 DB)

김창배 여의도연구원 연구위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위기와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통상임금 이슈가 자동차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통상임금 소송에 휘말린 기아차 사례를 분석했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2.3~3.0배 가까운 월급을 받는 기아차 근로자들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승소할 경우 월급여가 평균 임금근로자 급여의 2.8~3.7배까지 상승해 임금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통상임금 소송으로 자동차산업 투자가 위축될 경우 그 파급효과는 전체 산업에 미쳐 우리 경제 전체 생산손실이 약 16조원에 달하고, 일자리도 5만개 이상 사라질 것으로 추정했다.

김 연구위원은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이 적용돼 과거 소급 임금 지급의 부담이 줄어들 경우 생산손실 중 약 9조9000억원 정도를 방지할 수 있고 일자리 감소도 약 3만1000개 이상 회복이 가능하다”면서 “특히 중소·중견업체들로 구성된 자동차부품산업의 경우 신의칙 적용으로 1조9800억원 이상의 생산위축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산업이라는 산업생태계의 온전한 보전을 위해서라도 신의칙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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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선은정 한남대학교 교수는 통상임금 지출 부담으로 인해 자동차 업체들이 연구개발(R&D)에 충분히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기아차의 경우 2017년 3분기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한 손실을 반영함에 따라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나타났다. 그 이후 2017년 4분기 및 2018년 1분기 매출이 각각 13.6%, 11.0% 감소하면서 극심한 판매부진에 처해 있다.

선 교수에 따르면 기아차는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투자액을 증가시키고 있으나, 그 금액은 주요 자동차업체 평균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자동차산업 평균 부채비율은 낮아지고 있는 반면 기아차는 오히려 2013년 업계 평균보다 낮은 55.9%에서 2017년 타기업 평균의 1.3배인 69.5%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선 교수는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향후 5년간 총 8조5243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1944년 회사설립 이후 누적된 이익잉여금 19조3240억원의 44%에 해당되고 6조5000억원이 넘는 예상치 못한 추가 법정수당 지급은 1년 인건비의 약 1.6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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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 차체를 생산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차체공장 (제공=쌍용자동차)

선 교수는 “통상임금 소송 관련 추가법정수당 비용은 과거 5년간 지출한 연구개발비용 6조7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신기술개발이 중요한 현 시점에서 연구개발투자가 위축될 경우 회사는 결국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남정미 유안타증권 기업분석팀 연구원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미국과 중국시장의 저성장 국면 진입으로 인해 부진한 상태이며, 국내시장 역시 수입차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남석 전북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차의 국가안보 침해여부를 조사하도록 지시해 최대 25% 글로벌 수입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점이 크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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