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기차 시장이 차량 가격 4000만원 안팎 보급형과 고급·고성능차로 양분 양상이다. 향후 1~2년 내 출시 예정된 전기차 가운데 '쏘나타'와 같은 중고가·중대형 차종은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다. 경제성과 고급·고성능 모델로 극명하게 갈린다.
보급형 차량 가격은 2~3년 전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주행성능은 두 배 향상됐다. 고급·고성능 차량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테슬라 '모델S'를 겨냥해 가격과 성능에 경쟁력을 갖춘 다수 모델이 출시된다. 자체 검증을 마치고, 1년 내 출시를 앞둔 전기차 위주로 신차 14종을 분석했다.
◇배터리 두 배, 가격은 그대로
향후 출시될 보급형 전기차 배터리 용량은 60㎾h급이 대세가 될 전망이다. GM '볼트(Bolt)'를 비롯해 닛산 '리프'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차 '니로EV' 테슬라 '모델3' 등이 60㎾h급 모델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한번 충전에 주행거리가 대략 400㎞ 육박하는 모델이다. 불과 2~3년 전 대중적인 전기차와 비교해 주행거리가 두 배가량 늘어났다. 반면에 이들 차량 가격은 배터리 용량 20~30㎾h를 썼던 1세대 전기차와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됐다. 유럽기준으로 가장 고가 차량이 4000만원 중반 수준이다. 일반 내연기관차 기반 개조형 전기차에서 친환경차 전용 플랫폼이 나오면서 대량생산에 따른 가격경쟁력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제원이 공개된 차량 중에 테슬라 '모델3'를 제외한 대다수 전기차는 최고속도 160㎞/h 수준에 충전속도는 100㎾ 이하로 설계했다.
고출력 주행성능을 발휘하기 보다는 안정적 성능 구현을 위해 전기모터나 배터리 등 파워트레인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고효율 운전에 최적화시킨 형태다.
전기차 구동효율도 향상되는 추세다. 과거 1세대 모델에 비해 배터리 용량이 두 배가량 늘었지만 차체 중량에 따른 전비(㎾당 주행거리)는 6㎞ 이상으로 과거와 비슷한 수준이다.
◇고급·고성능 전기차 기준 '모델S'
앞으로 출시되는 고급·고성능 전기차 모델은 테슬라 '모델S'를 기준으로 주행성능 등 스펙(제원)과 성능경쟁이 예상된다. 출시가 예정된 대다수 고성능 전기차는 차량 제원으로 따지면 대체로 테슬라 전기차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가격은 테슬라보다 낮게 책정한 게 특징이다.
반면 주행속도나 충전속도는 테슬라 차량보다 앞서는 추세다. 테슬라보다 3~4년 늦게 시장에 뛰어든 만큼 최신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테슬라를 제외한 재규어·아우디·루시드·벤츠 등 차량은 '모델S'와 비슷한 성능임에도 가격은 테슬라 보다 2만유로(약 2500만원) 이상 저렴하다.
공개된 제원으로 가장 뛰어난 고성능을 갖춘 차량은 포르쉐 '타이칸'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모델S 범용 트림(100D)보다 배터리 용량 10㎾h를 줄여 주행거리는 40km 짧지만 제로백은 3.5초로 가장 빠르다. 예정대로 출시된다면 테슬라보다 빠른 유일한 전기차가 되는 셈이다. 특히 타이칸은 지금까지 공개된 모든 차량을 통틀어 충전속도(350㎾)면에서도 가장 빠르다. 완충(80%)까지 5분도 걸리지 않는 구조다. 테슬라 모델S(8만7050유로)보다 4000만원 저렴하면서 제로백 5초 고성능 전기차도 나온다.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벤츠 'EQC'는 가격은 7000만원(5만5000유로) 수준으로 배터리 용량 70kwh다. 고성능 모델 중 공차중량(2000kg)이 가장 적다. 급속 충전속도는 150㎾까지 지원되기 때문에 타이칸 다음으로 빠른 충전 성능을 보유했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불편하다는 인식이 아직까지 적지 않은 탓에 경제성이 강조된 모델이나 스포츠카 수준 고성능 모델로 갈리는 추세다”며 “미국와 유럽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전기차 수요가 크게 낮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