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호의 투명블라인드]제조업 없는 혁신성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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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중국, 2위 미국, 3위 일본, 4위 독일….'

세계 제조업 강국 순위다. 언뜻 봐도 경제 강국과 일치한다. 제조업 강국이 경제 강국이란 등식이 성립한다. 집계 방식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5위는 한국, 6위는 인도를 꼽는다. 한국과 인도를 경제 강국으로 분류하긴 아직 무리지만 제조업 기반으로 급성장을 이루고, 이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란 점에서 제조업이 경제 대국으로 가는 필요조건임에는 분명하다.

중국과 미국은 두 자릿수 점유율로 세계 제조 강국 1, 2위를 다툰다. 미국은 2010년을 전후해 시작된 제조업 회귀 조치로 오는 2020년에는 중국을 넘어 1위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가치를 새롭게 인식, 재건하고 있다. 생산 단가 절감을 위해서 해외로 나간 기업을 다시 불러들였고, 자국에 물건을 파는 외국 제조업체를 겁박(?)해서 공장을 미국으로 끌어오고 있다. 1990년대부터 '세계의 공장'이라 불린 중국은 1위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도 본질은 제조업이다. 억지스러운 관세 부과 강행 배경에는 자국 제조업 지키기와 외국 기업 공장 유치 및 자국 기업 유턴 전략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제조업은 후진국형 산업으로 인식됐다. 제조공장은 선진국에서 인건비가 싼 개발도상국으로 옮겨 갔다. 선진국 제조업 빈자리는 3차 산업 서비스업, 금융, 지식 산업이 채웠다. 브랜드 로열티만으로도 실제 제조 산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수십, 수백배를 올렸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 이후 상황은 변했다. 금융위기를 겪은 선진 각국은 제조업 중요성을 절감했다. 제조업이 경제 성장 토대이자 일자리 창출의 보고임을 깨달았다. 독일은 제조업 기반으로 유로존 재정 위기 속에서도 유일하게 승승장구했다. 한·중·일 동북아 3국 저력도 제조업에서 나왔다. 제조업은 유통, 물류, 마케팅, 건설 등 국가 산업 성장 유발 효과가 막대하다. 이는 일자리로 이어진다.

4차 산업혁명은 이 같은 분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제조업=후진국 산업'이란 개념을 완전히 바꿔 놓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업은 혁신 성장의 텃밭이자 기본 체력이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기반이자 산업 생태계 토대다. 아시아로 공장을 옮기던 독일 제조업계는 인더스트리4.0 정책 스마트팩토리 개념(공장자동화)을 적용하면서 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정책 배려로 전통 제조업 강국에서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꿈꾸고 있다.

과거 중장비 도입 초기에는 100명이 할 일을 포클레인 한 대가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했지만 중장비 사용으로 인간의 노동력으로는 할 수 없는 개간과 건축이 가능해지면서 양질 일자리는 급격히 늘었다. 지금 제조업이 그렇다. 한계를 넘는 스마트 기술이 속속 접목하면서 월등한 생산성 제고와 과거 엄두도 내지 못한 도전이 가능해졌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부가 가치가 창출된다.

최근 일각에서는 '혁신 성장 정책'을 놓고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비판 아닌 비판이 나온다. 혁신 성장은 하늘 아래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혁신을 통해 기존에 있던 우리 강점을 키우고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기존 시스템 혁신을 통한 부가 가치 추가 창출도 의미가 있다.

제조업을 배제한 혁신 성장은 있을 수 없다. 한국 제조업에서 '세계 최초'가 사라지고 있다. 잘나가던 분야도 경쟁국에 내주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 결국 기업이 해야 할 일이지만 정부가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한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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