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결자문사 글래스루이스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기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 전망이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래스루이스는 현지시간 14일 낸 보고서에서 이 개편안이 “의심스러운 경영논리”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오는 29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임시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에 이어 세계 최대 규모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다른 유력 자문사들도 곧 찬반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들 의견은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주총에서 현대글로비스와 분할합병에 대한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은 0.61 대 1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의 존속 부문과 분할 부문 비율은 순자산가치 기준 0.79 대 0.21이다. 현대모비스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의 경우 변경 상장이 완료되는 시점에 현대모비스 주식 79주와 현대글로비스 주식 61주를 교부받게 되된다.
글래스 루이스는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의심스러운 경영논리에 바탕을 뒀을 뿐 아니라 가치평가가 불충분하게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또 분할·합병의 근거가 설득력이 없다면서 현대글로비스 주주들에게만 유리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앞서 나온 엘리엇과 국내 민간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의 반대 의견과 비슷한 내용이다. 엘리엇은 지난 11일 공식 성명에서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계획에 대해 “타당한 사업 논리가 결여됐고 모든 주주에게 공정하지 않은 합병 조건이며, 가치 저평가에 대한 종합 대책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서스틴베스트도 지난 9일 보도자료를 내고 “분할·합병의 비율과 목적 모두 현대모비스 주주 관점에서 설득력이 없다”면서 반대 의결권을 권고한 바 있다. 합병비율 산정에서 존속부문 가치가 과대평가되고 분할부문은 과소평가돼 주주들에게 부정적이라는 게 서스틴베스트의 주장이다.
이날 글래스루이스 발표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여러 의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당사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부규제를 선제적으로 해소하는 최적의 안이라는 점을 주주들과 지속해서 소통해 나가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편 주총을 약 2주 앞두고 위임장 확보를 통한 세 규합도 본격화했다. 현대차그룹의 우호 지분은 30.1%로, 지분 9.83%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48%가량을 쥔 외국인 투자자의 표심이 중요하다.
현대모비스는 분할·합병에 대한 주주들의 반대 의사를 오는 28일까지 서면으로 접수한다. 엘리엇도 해외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반대 위임장을 모으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할·합병이 성사되려면 의결권 있는 주식을 든 주주가 3분의 1 이상 참석하고, 참석 지분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