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17>밀레니엄 세대의 핀테크 선두 주자 '로빈후드'

서양의 홍길동 '로빈후드'는 매우 친숙한 이름이다. 모바일 증권거래 회사 로빈후드는 이민자 2세이자 미국 스탠퍼드대 동기인 블라디미르 테네프와 바이주 바트가 2013년 4월에 설립해 단 4년 만에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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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업 가치 56억달러로 핀테크 회사 가운데 당당히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창업 때 27세이던 두 공동 창업자는 대학에서 만난 친한 친구 사이로, 로빈후드 창업 이전에 이미 회사 2개를 창업했다. 수재형 연쇄 창업가다. 이전 회사에서 이 두 사람은 주식을 많이 거래하는 고객을 위한 시스템 개발 회사를 운영했다. 그 당시 거래량이 많은 고객은 증권회사에 주식 거래 수수료를 사실상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주식 거래 수수료가 없는 모바일 거래 시스템 회사를 창업한다.

통상 증권거래소의 수익원은 거래 수수료와 고객이 위탁한 자금을 다른 고객에게 빌려 주고 벌어들이는 이자 소득의 자산 운영 수입으로 나뉜다. 고객 위탁금이 많아지면 수수료가 없어도 자산 운용 수입만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 로빈후드를 만들었다.

로빈후드 성공에는 이들이 밀레니엄 세대를 겨냥한 훌륭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 것이 적중했다. 이들은 증권 거래에서 거래 수수료를 전면 폐지한다는 놀라운 소식을 많은 기술 및 벤처 전문 뉴스 사이트를 통해 알렸다. 뉴스를 보고 몰려든 고객들을 2014년 1월부터 대기 고객 리스트에 가입시킴으로써 30일 만에 10만 대기 고객을 확보했다.

여세를 몰아 2014년 2월 주요 경제 TV 미디어인 CNBC, 블룸버그 TV에 출연했다. 2015년 앱 출시 시점에는 이미 1년의 캠페인을 통해 대기 고객 100만명으로 시작하는 기염을 토하는 밀레니엄 세대 마케팅 성공 신화를 썼다.

2015년 기준으로 이렇게 확보된 고객 80%가 밀레니엄 세대(18~29세)로 평균 연령이 26세다. 거래를 개시한 고객 50%가 매일 앱을 사용하고, 주간으로는 90%가 앱을 쓰는 높은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다. 2017년 주식 거래 실적을 약 30조원 달성하고, 서비스 개시 3년 만에 300만 고객을 확보했다. 우리나라 주식 거래 앱 사용자가 90만명이 안 되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다.

올해 1월 25일 역시 수수료 없는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통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이외에 13개 주요 암호화폐 거래를 발표했다. 주식거래 서비스 때와 같이 대기 리스트를 접수했다. 당일 하루 만에 대기 고객 125만명을 확보하고, 2월 22일부터 일부 주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거래를 개시했다. 하나의 서비스로 확보된 충성 고객은 다른 서비스 고객으로 손쉽게 전환된다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 준다. 플랫폼 기업은 고객이 자산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창립 4년 만에, 서비스 개시 3년 만에 6조원 규모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는 데는 유명 투자자로부터 받은 자금 1900억원가량이 있었다.

다시 한 번 로빈후드는 성공 벤처 특징을 보여 준다. 젊은 영재의 분명한 목표 고객과 그들을 현혹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탄탄한 사업 모델에 기반을 둔 창업, 목표 고객에게 친숙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백분 활용한 효율 사전 마케팅, 대기업은 탄생부터 풍부한 창업금융 생태계로부터 제공되는 풍부한 자금에 힘입어 거대 기업으로 시작한다는 것 등이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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