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20여년간 운영하던 메인프레임 운영체계를 유닉스로 전환, 8일 가동에 들어갔다. 안정성 문제로 시스템 가동을 연기한지 3개월여 만이다.
이 날 고객이 대거 몰리면서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속도가 느려졌으나, 시스템 운영은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의 유닉스 전환으로 대형은행 중 메인프레임 운영체계를 쓰는 곳은 KB국민은행만 남았다.
우리은행은 이번 프로젝트에 약 3000억원을 투입했다.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 비대면 금융 채널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옴니채널' 인프라로 구축했다. 약 20년만에 전체 금융 전산시스템 전환이다.
우리은행은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합병 시점부터 IBM메인프레임을 사용했으며, 2004년 차세대 전환으로 주전산기를 교체한 바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SK(주)C&C가 주사업자로 선정돼 2016년 3월 공식 개발에 착수했다. 시스템 가동 연기로 지연 분담금 문제가 불거졌으나 양측이 절반씩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차세대 주전산에 다양한 기능을 구현했다.
우선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접촉해도 지점 은행원과 거래하는 동일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옴니 채널 인프라를 적용했다.
또 개인화 마케팅을 위해 고객 싱글뷰를 별도 구축했다. 상품 팩토리(PML)도 고도화했다. 연령별로 차별화된 마케팅과 서비스를 제공, 인공지능(AI) 기반 고객 맞춤형 상품 추천 기능을 제공한다. 아울러 웹로그 분석을 통해 고객 행동패턴이 분석될 수 있도록 로그분석 시스템을 접목했다.
전행 KPI나 경영지표를 적시 제공할 수 있는 브랜드아이덴티티(BI)포털을 신규 구축하고, 정보 분석가 300인 양성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도입했다.
시스템 안정성도 고도화했다.
최근 다수 금융사가 채택하고 있는 X86시스템을 계정계 외 영역에 다수 도입했다. 계정계 코어뱅킹은 아직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해 적용하지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X86기반 리눅스 시스템 성능이 급격히 향상되고 있어 신규 또는 재구축 시스템에는 행내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구축해 X86 인프라 활용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차세대 시스템 개발에 중점을 둔 것은 사용하기 쉽지만, 높은 보안성을 유지하는데 중점을 뒀다.
홍현풍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부행장은 “데이터베이스 암호화 외에도 보안에 취약하기 쉬운 네트워크 구간, 파일 암호화를 적용했다”며 “서버 중심 고객정보 변환 기술을 적용, 통신 중 데이터 탈취가 발생해도 고객 정보가 유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업점과의 발빠른 연계를 위해 6~8개 화면을 하나의 통합 단말로 구축해 업무 효율성도 높였다.
이번 우리은행의 차세대 가동에는 전문 인력 1000여명이 투입됐다. 특히 손태승 우리은행장의 지원 아래 전행 차원의 테스트가 이뤄졌다. 특히 타행에 없는 은행 공금 업무, 서울시 기타 정책관련 업무 등 본부부서 집중 점검을 실시해 오픈 이후 발생 가능한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24시간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