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켜놓기만 하면 암호화폐를 주겠다는 온라인 채굴 사이트가 늘어나고 있다. 시간 때우기가 지루하지 않게 게임을 넣어둔 곳까지 나타났다. 사용자 컴퓨터를 채굴기로 활용, 보상금을 주는 방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일반인 PC를 암호화폐 채굴기로 활용한 후 댓가를 보상하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최근 비슷한 사이트가 하나둘 생겨나는 추세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채굴량이 다른 곳보다 많다는 식으로 광고하는 사이트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회원가입 절차가 아예 없는 곳도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입금 주소만 입력하면 된다. 한 사이트는 스마트폰으로도 채굴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잠잘 때도 암호화폐를 모을 수 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실제 게임 연동 채굴 사이트에 접속해 보니 아이디어가 기발했다. 회원가입은 간단했다. 이메일과 비밀번호만 넣으면 가입 절차가 마무리됐다. 별도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테트리스 게임에 도전했다. 5분여가 흐르자 화면 상단에 1사토시가 올라갔다. 1사토시는 0.00000001비트코인을 뜻한다. 비트코인 1개 가격을 1000만원으로 가정하면 0.1원으로 계산된다. 큰 돈벌이는 안 되는 셈이다.
이렇게 모인 사토시는 곧바로 정산할 수 있다. 채굴 사이트에서 암호화폐로 바꿔준다. 대상은 비트코인을 포함해 비트코인 캐시(BITCOIN CASH), 라이트코인(Litecoin), 대시(Dash), 도지코인(Dogecoin)이다.
게임 연동 채굴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게임 종류는 600개가 넘는다. 테트리스, 체스와 같은 조작법이 비교적 간단한 콘텐츠로 가득 차 있었다. 다만 게임은 부수적 장치다. 게임을 안 해도 5분마다 1사토시를 준다. 사이트 접속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쌓이는 구조다. 이 업체 수익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사용자가 채굴한 사토 시 중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간다. 유사 사이트 수수료는 1%대 초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률은 컴퓨터 성능에 따라 다르다. 좋은 컴퓨터일수록 채굴 속도가 향상되기 때문이다.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수가 속도를 결정한다. 듀얼코어, 트리플코어, 쿼드코어, 헥사코어, 옥타코어로 올라갈수록 채굴량이 비례해 늘어났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홍보 수단 삼아 신규 회원을 유치해도 보상금을 지급한다.
이 같은 사업 모델에 대해 전문가 반응은 부정적이다. 비트코인 채굴 채산성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 원가는 코인당 8600달러에 이른다. 올해 비트코인 1개 가격이 5000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중소형 채굴 업체 상당수가 채산성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대안으로 개인 컴퓨터,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 채굴하는 개인 간 거래(P2P) 방식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 컴퓨터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업체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원가 경쟁력을 갖추긴 어렵다”며 “적정 수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개인이 자신의 컴퓨터를 채굴 수단으로 얼마나 제공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