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반덤핑 관세 등 보호무역조치를 품목별로 다변화했다. 한국산 철강 추가 관세를 면제한 지 하루만에 탄소·합금강 선재에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일(현지시간) 한국산 탄소·합금강 선재 제품이 미국 철강업계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최종 판정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를 비롯한 우리나라 철강업체가 미국에 수출하는 탄소강 선재와 합금강 선재 제품에 41.1%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다.
ITC는 한국과 함께 이탈리아, 터키, 스페인, 영국 등 5개국 탄소·합금강 선재 수입품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조사 최종 단계에서 '인정' 결정을 내렸다.
영국 제품에 최대 147.63%의 가장 높은 반덤핑 관세가 매겨졌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각각 20.25∼32.64%, 12.41∼18.89%가 부과된다. 터키 제품 반덤핑 관세 과율은 4.74%∼7.94%로 가장 낮다.
이 같은 조치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철강 제품에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시행을 면제하기로 최종 승인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 조치가 무역확장법 232조의 철강 제품 적용을 둘러싼 협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우리 철강업체는 과거 사례에 따라 미 당국을 상대로 재심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는 지난 3월 20일 한국을 포함한 5개국 탄소·합금강 선재 반덤핑·상계관세 조사 결과, 이들 나라 철강업체가 정부에서 불법 보조금을 받거나 미국 내에서 덤핑 판매를 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무역위에 통보했다.
상무부는 재작년 3월 미국 철강업체 청원을 받아들여 한국 등 10개국이 수출한 선재에 대한 반덤핑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산 수출품에 대한 첫 반덤핑 조사 사례였다.
선재는 압연 강재 중에서 조강에 속하는 제품으로 단면이 둥글고 코일 모양으로 감겨 있다. 대미 선재 수출물량은 2015년 11만6천901M/T(메트릭톤), 5906만달러에서 2016년 9만2504M/T, 4560만달러로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대미(對美) 선재 수출이 1700만달러로 전체 철강재 수출(32억6000만달러)의 0.5% 수준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업이 향후 연례재심을 통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양자 및 다자 통상 채널을 통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정을 지속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