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국내 상장사들의 지난해 매출액이 5년 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나머지 전체 상장사 이익보다 많았다. 두 기업의 실적 상승을 제외하면 국내 산업 전체가 5년 전보다 후퇴한 것과 같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2일 상장사 439개사의 재무지표를 분석한 결과 2017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분석대상 기업들의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7.7%, 50.7%에 달했다. 두 기업을 제외한 상장사의 매출액은 2012년보다 2.2% 되레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증가율은 73.7%에서 27.3%로 하락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합작한 영업이익은 48조2000억원이다. 나머지 기업들의 총합인 46조8000억원을 상회한다. 2012년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17조9000억원으로 나머지 기업들의 총합인 36조80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한경연은 편중 심화 현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의존도가 커진 반면, 매출액 비중이 높은 상위 6개 업종 중 4개 업종의 실적 부진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경연 측은 지난해 호황기를 맞은 일부 업종과 일부 기업이 끌어올린 실적 증가에 우리 경제 전체가 도취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3년 1074조2000억원이었던 439개 상장사들의 매출액은 2014년 1060조2000억원, 2015년 1022조9000조원, 2016년 1000조원으로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엔 1085조4000억원으로 반등했으나 5년 전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1.9%에 불과하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20.0%), 유통업(0.2%)은 매출이 5년 전보다 늘었으나, 운수장비(〃8.2%), 화학(〃9.7%), 전기·가스(〃6.2%), 철강·금속(〃8.3%)은 줄었다. 전기·전자업종 다음으로 매출 비중이 높은 운수장비업과 유통업의 영업이익은 각각 55.8%, 10.0% 감소하며 수익성마저 악화됐다.
이익 측면에서도 지난해 전기·전자(54.0%) 업종이 전체 상장사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2012년 전체 영업이익 중 전기·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2.5%였다. 한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호실적은 전기전자 업종 및 일부 대기업의 견인 효과와 기저효과에 따른 것임에도 경기가 좋아졌다는 착시가 여전하다”면서 “일자리 창출 여력이 있는 주력 업종들의 지난 5년간 매출 감소는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미라는 점에 주목하고 주력 업종의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