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표준화 문제가 언급되면서 남북 간 과학·통신 분야 교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북측도 과학기술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안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북한도 통신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할 텐데, 이러한 분야에서 남북 표준을 맞춰나가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과학기술'과 '통신'을 화두로 꺼내면서 남북 공동연구 등 이 분야 협력 활성화가 기대된다.
실제 북한은 과학기술 중시 풍조가 강하다. 과학기술 인재를 우대한다. 평양에는 과학자 거리인 '려명거리'도 있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북한의 SCI급 논문은 98건에 그쳤지만 2015년 한 해에만 58건이 발표됐다. 최근에는 국제협력 연구에도 적극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상회담 전부터 '천연물' 분야를 협력 유망 분야로 점찍었다. '한반도 천연물 혁신성장 전략'을 세우고 남북 공동연구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북한에 1000여종 이상 천연물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 중 상당 수는 과학적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이들 천연물을 과학·표준화하하면 부가 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했다. 북한의 자원과 남한의 기술을 합치는 게 중요하다. 천연물 분야 협력 연구가 본격화되면 수입에 의존하는 소재를 자체 확보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보건의료 분야 기술협력은 2007년 '10.4 선언'에도 포함된 만큼 재개·발전이 기대된다. 시혜 차원 사업이 아닌 감염병 등에 공동 대응하는 '건강 안보' 관점으로 전환이 요구된다.
'통신 고도화'는 북한 경제 발전 측면에서 핵심 전제조건으로 손꼽힌다. 북한은 우리 정부 지원 아래 경제성장 속도를 가속화할 핵심 전략으로 통신산업 고도화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북한 통신기술·주파수 표준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국제통신연합(ITU) 회원국임을 고려하면 일반 대중을 위한 서비스 표준이 국제표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은 고려링크와 국영기업인 강성네트, 별 등 3개 이통사가 3G WCDMA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입자는 500만명 수준으로 주파수는 우리나라와 같은 2.1㎓ 대역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초 수준의 음성로밍 조건은 갖춰져 있다는 평가다. 북한 자체단말기 기술표준 문제를 해소한다면 남북 로밍이 가능하다.
LTE와 5G 분야는 협력 가능성이 더 높다. 사회발전정도와 재래식 무기체계 등을 고려하면 북한에는 우리에 비해 개척되지 않은 주파수 영역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LTE와 5G 망 구축 초기부터 표준을 맞춰 호환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남북 통신 투자 채널을 복구하는 일이 중요하다. 2002년 삼성, LG, KT 등 통신사와 장비업체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북한과 이통망 구축을 협의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통신강국이다. 이를 기반으로 북한에 차별화된 인프라를 제공한다면 북한과 협력 기회가 많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