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이사회 전까지 자구안 마련이 불투명해졌다. 사측은 추가 희망퇴직, 무급휴가 기간 축소 등 한발 물러섰지만, 노조 측에서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법정 관리가 결정되면 '1차 부도'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국지엠은 23일 오후 5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법정관리 여부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이사회에는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등 GM 본사 5명, 문태석 전 KDB 산업은행 지역본부장 등 산업은행 측 3명, 주시제 상하이자동차 주임 엔지니어 등 이사진 9명이 참석한다. 이들 중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한국지엠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한국지엠 노사 양측은 이사회 전까지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 짓고, 자구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일 제12차 교섭, 노사 대표단 비공개 회의까지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1일 어렵게 다시 열린 제13차 교섭은 노조가 사측 제시안에 반발하며 소동을 일으킨 탓에 25분 만에 결렬됐다.
노사 양측은 현재 군산공장 남은 직원들에 대한 거취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사측은 군산공장 남은 직원을 대상으로 노사 합의 타결전까지 희망퇴직을 1회 실시하고, 부평·창원 등 다른 공장 상황에 따라 전환배치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환 배치에서 제외된 직원에게 제공하는 무급휴직 기간도 기존 5년에서 4년으로 수정해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군산공장 고용과 신차 배정 문제를 먼저 확정해 비용절감 자구안과 일괄 타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군산공장 남은 인력은 680명이지만, 사측이 제시한 전환배치 인력이 100여명에 불과한 것에 반발했다. 나머지 인력 500여명을 4년 간 무급휴가로 방치하는 것에 대해 '해고'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이 실시한 한국지엠 경영실사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영속성 보장을 위해서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 지원 계획, 노사 자구계획 합의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 지원 계획은 27억달러(약 2조9000억원)의 차입금을 출자전환하고 28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하는 한편 2개 신차를 배정하는 게 핵심이다. 산은은 여기에 맞춰 5000억원의 신규자금을 투입한다.
때문에 한국지엠 노사가 이사회 전까지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이사회에서 법정관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GM 본사와 산은이 비용절감 자구안이 마련돼야 신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사회에서 '법정관리'가 결정되면 한국지엠은 지급 책임을 지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한다.
한국지엠은 현재 △임금 500억원 △지난해 성과급 720억원 △협력사 대금 4000억원 △희망퇴직 위로금 5000억원 △차입금 1조7000억원 등 총 2조7000억원이 필요하다. GM 본사가 경영실사 완료까지 유예해준 차입금을 제외하더라도 이달 말까지 1조원 가량을 융통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지엠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 기준 마이너스 1조1514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유동부채는 4조8949억원으로 유동자산을 2조2761억원 초과했다. 이사회에서 법정관리가 결정되면 사실상 '1차 부도'는 확정적이다. 다만 경영실사에서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최종부도'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