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내에서만 작년 한 해 동안 69조엔(약 687조원) 규모의 암호화폐가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거래액 2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14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무려 2만6000배로 불어났다. 도쿄 증시 1부시장 1년 거래액 10%에 상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일본 암호화폐교환업협회는 10일 열린 금융청 암호화폐 관련 전문가연구회에서 이런 통계를 공개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1일 전했다.
전문가연구회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체크에서 발생한 거액의 대규모 해킹 도난사건을 계기로 금융청이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발족한 자문기구로 이날 첫 회의를 열었다.
현물거래는 20%가 채 안 됐다. 80% 이상이 수중에 있는 돈의 몇 배씩 거래할 수 있는 예치금 거래나 선물거래로 나타나 투기목적 거래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전체 거래 90% 이상을 차지했으며, 예치금의 77%는 10만엔(약 99만6000원) 미만이다. 연 364만2000명에 달한 고객 80% 이상이 20~40대였고 10대도 1만5000명이다. 협회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 비트코인 캐시, 라이트코인 주요 5개 암호화폐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금융청의 한 간부는 “통계상으로 가상화폐가 투기 대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가격도 널뛰기를 하고 있다”면서 “지금 상태로 그냥 둬서는 투자자 보호가 불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라 업계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가 자금 세탁에 이용될 우려가 크다는 판단도 감시를 강화한 배경이다.
전문가연구회에 참가한 가지마 마사히 레이타쿠대 교수는 “업계가 최소한의 규칙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면서 “규제가 엄한 금융기관과 같은 조건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회는 앞으로 새로운 규제 등 제도 자체의 근본 수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일본 금융청은 지금까지는 암호화폐 업계 육성에 중점을 둬 왔다. 개정 자금결제법에서도 교환업자를 면허제가 아닌 등록제로 했으나 코인체크 사고를 계기로 교환업자의 허술한 자산관리와 경영자의 고객자금 유용 등이 드러나자 두 차례에 걸쳐 행정처분을 단행, 등록을 포기한 업자도 나오고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