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원가 올라도 납품단가는 요지부동..."원사업자 인식 변화 시급"

제조원가 상승에도 이에 따른 납품단가 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쟁업체와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납품단가 인하 압박이 이뤄졌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제조업체 504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2~3월 실시한 '중소제조업 납품단가 반영 실태조사'를 10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원가가 상승했다는 응답은 57.7%에 달했지만 납품단가가 인상됐다고 응답한 업체는 17.1%에 불과했다. 반면 조사업체 가운데 단 0.6%만이 제조원가가 하락했음에도 불구 납품단가가 하락한 업체 비중은 6.7%로 집계됐다.

하위 협력업체로 내려갈수록 제조원가 변동에 따른 납품단가 변경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3차 협력업체 가운데 33.3%는 제조원가가 인상했지만 납품단가가 오른 업체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오히려 11.1%는 납품단가가 하락했다.

원사업자로부터 부당한 단가 인하를 경험한 업체는 지난해 14.3%에 비해 다소 줄은 12.1%를 기록했다. 또 협력 거래 단계가 높아질 수록 부당한 납품단가 경험이 있다는 응답 비중이 높았다. 3차협력업체의 22%는 부당 단가 인하를 경험했다.

원사업자가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내리는 방법도 다양했다. 경쟁업체와 가격 경쟁을 유도(34.4%)하거나 추가 발주를 전제로 단가를 인하(23%)하는 등 사례가 빈번했다.

납품업체의 70%는 이런 원사업자의 부당 납품단가 인하를 별다른 대책 없이 수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납품업체 48.4%는 원사업자의 자발적 인식 변화가 없다면 제조원가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공정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납품단가 조정협의권도 유명무실했다. 사용 의향이 있다는 답은 32.7%에 불과했다. 응답 기업의 43.7%가 신원노출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해 조정협의권을 이용하지 않았다.

가스제조업체 B사 관계자는 “원사업자는 단가 인하를 요구할 때 별다른 설명 없이 요구하는 반면 협력사가 단가 인상을 요청하려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료를 요구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정부는 불공정행위가 빈번한 업종과 노무비 비중이 높은 업종에 대한 납품단가 반영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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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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