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그들의 다툼, 우리의 관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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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 간 무역전쟁이 한창이다. 설마 했는데 미국이 기어이 500억달러 규모의 관세폭탄을 중국에 던졌다. 중국은 곧바로 보복관세 방침을 밝히며 맞대응했다.

말 그대로 전쟁이다. 인정사정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서로 도움이 되는 무역 여건을 조성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자국 산업 살리기에 나섰다. 동시에 중국의 미래 성장 동력 타격에도 공세의 초점을 맞췄다. 중국이 2015년 자국의 첨단 산업 발전을 위해 마련한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가 공격 대상이다. 중국의 현 산업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첨단 산업 발전을 견제하는 의도를 담았다. 미래 먹거리도 빼앗겠다는 선전포고다.

중국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 꺼낸 보복관세 카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 가운데 하나인 농업 분야를 겨냥했다. 무역 측면에서 동일한 수준의 관세 대응을 넘어 정치 측면에서 타격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미국 국민을 위해 시작한 무역전쟁이 도리어 자국 민심에 생채기를 내는 부메랑으로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주요 농축산물 업체 주가는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고민거리다.

모든 전쟁이 그렇듯 물밑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두 강자는 서로 공격 수위를 높이면서도 협상의 여지를 담은 발언을 툭툭 던진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 상태가 아니다”(트럼프 대통령),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양국은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 등을 보면 당장 내일이라도 다시 손을 잡을 듯하다.

그러다가도 “불공정 무역을 끝내고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트럼프 대통령)고 다시 목소리를 높인다. 무역전쟁을 과거 6·25 한국전쟁에 비유하며 결연히 맞설 것을 주문한다.(중국 인민일보)

하루는 창을 던지다가 또 하루는 창을 뒤로 내려놓는 식이 반복된다. 내일은 또 어떤 공격과 방어가 펼쳐질 지 궁금하다.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G2 간 다툼이어서 그런지 한발 떨어져 있으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안타까운 것은 G2 무역전쟁을 그들만의 다툼으로 여기며 관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중국과 미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37%를 차지한다. 이들이 재채기만 해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다툼의 승자가 누가 될 지를 떠나 각 나라가 어떤 공격과 방어책을 내놓는가에 따라 우리 경제 상황이 달라진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이 G2 무역전쟁에 안테나를 세우고 셈법을 고심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나라는 G2 무역전쟁에 앞서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철강 관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 미국의 거센 통상 공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또 우리나라를 향해 통상 공세를 펼칠지 모를 일이다. G2 무역전쟁 한편으로 미국과의 통상에서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주 산업통상자원부는 '신통상전략'을 발표했다. 2022년에 일본, 네덜란드를 제치고 세계 4위 수출국으로 올라서는 게 목표다. 중장기 목표는 그대로 가져가되 지금 눈앞에 놓인 현안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보여 준 통상 전략의 핵심은 '적극 대응'이었다. 상대국 공격으로 인한 피해 최소화에 급급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 통상 전략도 우리 이익 확대에 맞춰서 그들의 다툼에 대응해야 한다.


이호준 산업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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