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기자] 올바른 게임문화 정착을 통한 4차 산업혁명의 경쟁력 확보의 선결조건으로 불릴 수 있는 불법도박 및 사행성 근절의 뜻을 모으는 기회가 국회에서 마련됐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2세미나실에서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장정숙 국회의원(바른미래당, 비례대표)이 주최한 '불법도박·사행성게임 퇴치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행사에는 주최자인 장정숙 의원을 비롯해 유성엽 의원(민주평화당, 전북 정읍고창)·이용주 의원(민주평화당, 전남 여수갑)·김한정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남양주을) 등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을 비롯,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경민 게임이용자보호시민단체협의회 회장·김규호 중독예방시민연대 대표·강신성 중독예방시민연대 사무총장 등 토론회 주관·후원기관 대표, 김규직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임욱성 경찰청 사이버수사기획팀장·이정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기획총괄과 위원 등 공공기관 관계자와 일반방청객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불법도박 관리체계 개선방안(강신성 중독예방시민연대 사무총장) △불법 사행성게임 현황과 대처방안(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등의 주제발표에 이어 김성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을 좌장으로 하는 게임산업 주체별 토론, 방청객 질의응답 등의 순서로 진행되며, 불법도박·사행성 게임 퇴치를 위한 각계의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으로 이뤄졌다.
◇강신성·여명숙 "불법도박 및 사행성게임 개선, 공공기관 등 각 주체자들의 역할 실행이 제대로 이뤄져야 가능"
'불법도박과 사행성게임에 대한 개선'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는 현재 게임업계 내 다양한 문제에 대한 통계와 함께 관계기관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먼저 '불법도박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는 다양한 통계자료를 토대로 도박몰입의 원인과 폐해, 단속실태 등에 대한 과오를 지적하며, 불법도박 단속을 위한 관계기관의 개선을 촉구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발표자인 강신성 중독예방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쾌감과 친목, 금전획득 등을 이유로 불법도박을 시작했던 사람들은 높은 배팅금액과 환전율, 편리성, 익명성 등으로 그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가 결국 범죄나 가족해체 등은 물론, 한탕주의 만연, 청소년도박 등으로 번져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라며 "특히 스마트폰 도입이 시작된 2012년부터는 불법도박의 확산속도가 더욱 빨라져
2012년 기준 75조 규모의 불법도박이 2015년 83조에 달할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했으며, 올해로는 200조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도박중독 치료자들의 수도 온라인을 기준으로 2016년 4471명(2014년 기준 1938명)까지 급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신성 사무총장은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건전화대책을 통해 합법적인 사행산업만 단속할 뿐 불법에는 무대책인 상황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감시권한)·검경찰(단속권한)·게임물관리위(현장단속)·방송통신심의위(온라인차단) 등 기능이 구분돼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라며 "사감위의 경우 24시간 원스톱 신고를 운영한다고 하지만 주말에는 제대로 되지 않았고, 방심위의 경우 불법도박 운영자들이 사용하는 암호화를 처리할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에서 명확한 관리체계를 세우고 그에 따른 권한강화와 소통의 원활화 등을 추진하면서 일반대중에 대한 교육등이 이뤄져야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불법 사행성게임 현황과 대처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는 등급분류 이후 개변조를 통한 불법도박 변질, 불법 환전성 문제 등 현장 단속기관으로서 직접 경험한 바를 토대로 관계기관의 온건한 반응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발표자인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게임업계 내에서는 감시를 뛰어넘는 도박변조 기술이 횡행하면서 합법적인 콘텐츠 안에서 불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라며 "온라인 사다리게임이나 모바일 소셜그래프 게임 등 우연성을 토대로 한 도박성 게임은 물론, 합법적인 게임 내에서도 등급분류 이후 불법환전 시스템 접목(IC카드 불법 게임물)·네트워크를 통한 아케이드 플랫폼 전환(단독 릴회전류 게임)·불법장치 및 확률성 추가(크레인게임)·릴게임 비트코인환전 등 별도의 시스템을 부가해 불법을 조장한다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는 대형게임들의 콘텐츠를 현금전환 할 수 있는 외부환전 시스템과 확률형 아이템의 관계도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명숙 위원장은 "즉 게임의 사행성만큼이나 별도의 불법적 환전시스템이 문제며, 이를 조장하는 일부 콘텐츠들도 문제다. 현장단속이나 등급보류 등으로 이들을 모두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법 사행성게임이나 합법적 게임의 불법변질을 막으려면 범 정부부처 협력과 국민소통이 필요하다"라며 "하지만 게임 단속 권한을 지닌 관계기관들이 무조건 콘텐츠만 잘못됐다는 식으로 무기력하게 대응하면서, 극도의 폐쇄성과 무사안일주의로 불통을 조장해나가니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소위 '철밥통'에 머무르지 않고 범 부처간 협력을 통한 단속권한 강화와 적절한 업무이관 또는 외부수혈, 유저 중심의 정책수렴 등 '국민행복을 위한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게임계도 활성화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불법 사행성게임 해결, 시민연대 "관계기관 무기력 깨야"VS."원론적 의미에서의 제도+민간협력 해결"
주제발표에 이은 패널토론에서는 공공기관 담당자들과 시민대표들이 각자 현장에서 접하는 불법도박·사행성게임에 대한 각 주체들의 입장을 말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먼저 첫 주자로 나선 임욱성 경찰청 사이버수사기획팀장은 현장단속과 처벌에 있어서의 난점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바라보는 불법도박·사행성게임 근절법 등을 설명했다.
임욱성 팀장은 "경찰청은 3~6개월에 걸쳐 단속을 진행중이며, 나름 처벌도 엄정하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도박참여자뿐만 아니라 운영자에 대한 단속과 처벌에도 집중해 해외연계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라며 "기본적으로 불법도박·사행성게임들은 운영자들만 돈을 버는 구조로, 이들의 운영절차라던가 운영을 통한 불로수익을 추징하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 팀장은 "또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PC가 일반화되면서 청소년도박도 문제가 되고 있다. 경찰입장에서 이를 무분별하게 단속하고 처벌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100명 규모의 사이버범죄 예방강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려고 하고 있다"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부단위에서 사이트 차단에 대한 기술이나 정책적인 부분을 고려해야하고, 일반인들이 즐길만한 콘텐츠나 여가분야에 대한 규제완화가 필요할 듯 싶다. 또 학교단위에서 올바른 게임문화와 스마트폰 환경에 대한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 토론주자로 나선 김규호 중독예방시민연대 대표는 불법 사행산업에 대한 정부당국의 대처가 느슨하다고 지적하며, 온 국민과 기관이 함께 이를 근절하는 데 나서야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김규호 대표는 "불법사행성 게임과 도박은 같은 연장선이다. 그런데 늘 합법적인 사행산업만 관리하는 정부의 땜질식 처방과 공부원들의 복지부동 형태, 국정감사 기간 외에는 관심없는 정치권 등의 공적영역은 물론, 게임업체와 이용자, NGO 등의 민간영역까지도 관심을 두지 않다보니, '바다이야기' 이후 불법도박 및 사행성에 대한 논의가 변한 것이 없다"라며 "사명감 가진 공무원과 정치인, 건전한 기업윤리의 기업가, 게임 및 합법적 사행산업의 건전레저화를 주창하는 국민들이 나와야 한다. 특히 '시민단체와 공공기관의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현 정부의 기조처럼 자주 시민단체들과 소통하면서 쓴소리도 듣고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 토론주자인 이경민 게임이용자보호시민단체협의회 의장은 현상적인 내용과 함께 의료과학적인 측면의 움직임을 설명하며, 불법도박·사행성게임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이경민 의장은 "저는 인지과학·뇌과학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으로, 현 시점에서 중독에 대한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조금 후진적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내년 새롭게 발표될 질병코드 분류에서는 중독분야를 놓고 행위중독·물질중독 등으로 나뉘어지며,행위중독 내에서 도박과 게임중독을 구분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도박문제에 대해서 과학적인 분석이 뒤따라야 하는데, 담론만 지속하다보니 논의가 빙빙도는 듯 하다"라며 "분석해볼때 여명숙 게임위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놀이와 노름, 도박과 게임을 분명히 구분해내야 적합한 해결방법이 제시될 것이다. 즉 사행성과 요행을 기반으로 금전취득의 목적을 띠는 도박과 학습과 노력을 통해 성취감을 실현하는 게임은 분명히 구분돼야 문제해결도 빠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장은 "불법도박은 사회질서뿐만 아니라 국부유출에 따른 안보문제까지도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요행성을 통제할 것이 아니라 환전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실명화와 함께 거래를 철저히 컨트롤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많이 각광받는 블록체인기술을 접목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네 번째 토론자인 이정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전문위원은 단속권한 강화에 초점을 두고 불법도박·사행성게임을 뿌리뽑아야한다는 논지로 이야기했다. 이정인 전문위원은 "사감위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세미나뿐만 아니라 게임이용자·시민단체와 함께하는 기회를 마련토록 하겠다"며 "국가에서는 도박의 순기능적 부분을 감안해 예외적인 '특허'형태로 허가하고 있는데, 테두리 밖으로 나타나는 불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척결해야 한다고 보며, 이에 대해서 특별입법을 통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가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문위원은 "불법도박은 사이버범죄의 넓은 범위 가운데 한 부분으로, 실제 소요인원 및 예산보다 적은 규모로 통제를 진행하다보니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인력과 예산증원 또는 사감위에 특별 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라며 "또 불법도박 단속에서 가장 중요한 내부고발을 적극 유도하기 위해 파격적인 포상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 교문위를 통해 다양한 법안이 상정돼있으므로, 보다 많은 조언을 통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라고 뜻을 밝혔다.
마지막 토론자인 김규직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게임과 사행성게임 등 용어의 정확한 정의를 토대로 불법 사행산업 근절을 위한 의지를 나타냈다.
김규직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은 "게임은 오락과 여가선용을 위한 것이고, 사행성 게임은 우연한 확률에 따른 보상을 담은 것으로, 불법 사행산업은 우연확률의 사행성게임을 통해 금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라며 "현재 사감위는 5개과 23명의 구조로, 신고대처 및 단속에 대한 여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법적인 웹보드 게임이든 아케이드형 사행성게임이든 꾸준하게 불법환전 문제에 따른 사후관리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규직 과장은 "합법적인 게임에 대한 불법이용은 관계부처 협력으로 노력하겠다. 다만 규제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용자들의 건강한 게임이용을 위한 교육진행도 꾸준히 진행돼야할 것이다"라며 "반면 확률형 아이템 거래 실명제 등의 제도적인 장치 마련에는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장정숙 국회 교문위 위원, "도박과 게임 정의와 관계주체 과오 지적 의의, 시민-기관-정계 합동 TF구성 검토할 것"
주제발표와 토론 이후에 이어진 방청객 질의응답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에서의 이용자 보호대책(게임이용자 이종필) △복권판매점 총량제에 따른 불법도박 몰입(전국복권판매인협회 박종숙 지부장) △환전성에 대한 단속과 불법개조 게임실태(박성규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장) 등 이용자와 업계에서 바라보는 불법 도박 및 사행성게임 근절대책과 구제방안에 대한 관계기관의 답변을 묻는 모습으로 진행됐다.
이에 "사전예방 차원에서의 힐링센터 운영 등 게임 과몰입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노력을 더 해나갈 것이다" (김규직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 "매출총량제의 불합리성을 인식하고 5개년 사행산업 건전발전 계획을 토대로 향후 정책방향을 위한 연구용역 의뢰 등 미비점 보완에 노력중이다"(이정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끝으로 토론패널 및 주제발표자의 마무리 발언이 이어진 가운데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과 김규호 대표·강신성 사무총장 등 중독예방시민연대 측 관계자는 "불법 사행성 게임근절을 위한 활동에 나서겠다. 시민-부처 공동TF(태스크포스)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으며, 토론좌장인 김성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은 "토론자와 발표자들 모두 게임에 대한 부정이 아닌 놀이와 노름의 구분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며, 이용자를 소비자로 볼 것인지 명확히 내려야한다"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불법과 사행성이 지나치면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분야인 게임산업 육성에 저해될 것이다"라며 "불법 도박 및 사행성게임 문제를를 해결하는 데는 제도권 내에서만 해결되지 않는다. 오늘의 토론을 통해 각 주체들의 견해를 듣고 본 위원회와 국회 전체로 적절한 대책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토론주최자인 장정숙 의원은 "이번 불법도박·사행성게임 퇴치방안 마련 토론회는 도박과 게임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공공기관과 정치인 등 관계자들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라며 "제안주신 바와 같이 시민-부처-정계 TF를 통해 사명감을 갖고 이 문제를 뿌리뽑을때까지 함께해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