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 운영사가 러시아 정보기관과 이용자 비밀 보호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는 영국 런던에 등록된 텔레그램(Telegram Messenger LLP)에 암호화된 메신저 내용을 해독하기 위한 열쇠(Key)를 제공하라고 명령했다. 텔레그램은 명령 이행을 거부하고 소송을 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FSB의 명령을 무효로 해달라는 텔레그램의 소송을 기각했다. 대법원은 FSB의 명령이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러시아 미디어·통신 감독기관 '로스콤나드조르(Roskomnadzor)'는 텔레그램에 15일 이내에 암호 해독 키를 FSB에 제공하라고 통보했다.
로스콤나드조르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 내에서 텔레그램 메신저 차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텔레그램사는 대법원 판결에 불복을 표시하고 상소 의사를 밝혔다.
텔레그램 공동 설립자인 파벨 두로프는 러시아 당국의 메신저 차단 위협에도 텔레그램은 이용자 교신 비밀 보호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로프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용자 개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텔레그램을 차단하겠다는 위협은 아무런 결실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라며 “텔레그램은 이용자 자유와 사생활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FSB 측은 “해당 명령이 시민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FSB는 지난 2016년 7월 명령을 통해 모든 인터넷 정보 사업자들에게 온라인 통신 암호 해독 자료를 제라고 요구했다. 암호화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이 테러에 이용될 수 있음을 근거로 들었다.
텔레그램이 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자 FSB가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모스크바 구역 법원은 지난해 10월 텔레그램에 80만 루블(약 1500만 원)의 과태료를 내라고 판결했다.
텔레그램는 과태료 납부를 거부하고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결국 기각됐다.
텔레그램이 암호 해독 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FSB와의 법정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램은 러시아 최대 소셜미디어 '브콘탁테(VKontakte)'를 설립한 니콜라이 두로프와 파벨 두로프 형제가 개발한 무료 모바일 메신저다. 1억70000만 명 가량이 이용 중이다.
텔레그램은 일반 메신저와 달리 메시지, 사진, 문서 등을 암호화해 전송하게 해 보안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독일, 영국 등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은 암호화와 비밀대화 자동 삭제 기능 등으로 보안성이 높아 한국 이용자도 많다.
김인순 보안 전문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