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출한 중국산 전기버스에 대한 안전과 배터리 성능 등 국가차원의 시장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산을 포함한 수입차는 차량 제작사가 현지 대규모 생산실적을 갖췄을 경우 국제법에 따라 국토교통부의 안전 주행시험 등 별도 인증·평가없이도 판매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들 중국 전기버스는 국내엔 없는 배터리를 장착했음에도 기본적인 실주행 안전 테스트도 받지 않고 판매된다. 아직 초기인 전기차 시장 특수성과 전기버스 당 최대 3억원의 국가 보조금이 일괄 지원되는 만큼 체계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전기버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가 연내 전기버스 30대를 도입할 목적으로 8개 차량 제작(수입)사를 초정, 설명회를 개최했다. 서울시는 올해 상용버스 노선에 전기버스 30대 투입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3000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다. 설명회에는 국내 업체 4곳(현대차·자일대우·우진산전·에디슨모터스)과 중국 업체 4곳(BYD·포톤·하이거·중통버스)이 참여했다.
이들 8개 전기버스 제작사 대부분은 국토부와 환경부가 인정한 도로 운행 허가, 국고 보조금 지원 자격을 획득했고 대부분 최소 1대 이상의 국내 공급실적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차량 별로 주요 부품이나 시장 검증 상태는 국산과 중국산이 크게 다르다. 현대차 등 국산 4개 업체는 전세계 전기차에 가장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했고 국토부 운행·안전 평가도 통과했다. 반면 중국 4개 업체는 대규모 제작자 인증제를 통해 서류만으로 국산차와 같은 시장 자격을 획득했다.
이에 업계는 국산 전기버스 수준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한다. 아직까지 국내 전기차에 장착한적이 없는 리튬티타늄(LTO)이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해, 주행성능뿐 아니라 충·방전 등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안전주행 등 체계적인 평가를 받지 못해 스티어링, 브레이크 등 서스팬션이나 전기모터를 포함한 파워트레인 등 검증도 필요하다.
실제 지난 2015년 중국 버스업체 A사가 한국 시장에 진출해 판매·유통 협력사까지 확보했지만, 주행 성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 계약이 파기됐다. 또 중국 전기버스 판매량 1위 BYD는 자동차 환경평가 등 환경부 인증에만 3년이 걸렸다.
반면 반국산화를 통해 한국 시장에 정착한 중국 버스 사례도 있다. 중국 중통버스(구 에빅)는 국내 운수업체와의 1년 여간의 현장 테스트를 통해 자국 배터리를 국산으로 교체했고, 파워트레인과 차체 설계도 수정해 반국산화를 실현했다. 이 회사는 국내 대형 운수업체에 3차례에 걸쳐 전기버스를 대량 공급중이다.
전기버스 업체 한 대표는 “안전 평가를 해보지 않아 모터, 브레이크, 서스팬션 성능을 알 수 없고 특히 국산 전기버스보다 두 배 더 무겁고, 많은양의 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했기 때문에 승객을 다 태웠을 때 버스가 그 하중을 버틸지도 의문이다”며 “일부 중국 배터리는 국산 리튬이온과 달리 급속 충전도 안되고 주행효율도 크게 떨어지는 만큼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작사 고위 관계자는 “특정 제품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한 개 제품으로 시장 전체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안전 등의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막대한 국가 보조금을 쏟기 때문에 배터리 팩 인증 등 별도의 평가체계를 마련할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
【표】 국내 시장에 진출한 한·중 전기버스 업체별 부품 현황(자료 업계·각사)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