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모빌아이는 라이다(LiDAR) 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세계 최초로 개발, 급성장했다. 라이다 센서 기술은 대표 미래 유망 산업인 자율주행자동차에서 눈과 같은 역할을 하는 핵심 기술이다.
모빌아이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면서 매출이 2012년 4000만달러에서 4년 만에 3억6000만달러로 9배 늘었다. 고용도 293명에서 660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초에는 17조원이 넘는 금액으로 인텔에 인수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독일의 아디다스는 센서가 부착된 스마트 운동화 '마이코치'를 출시, 호응을 받았다. 운동화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운동 내용을 실시간으로 자동 기록하고, 가슴에 부착하는 심장박동 수 측정 밴드와 연계해 사용자 건강을 관리한다. 기존 제품에 신기술을 융합하면서 제조업과 헬스·의료 산업을 연계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글로벌 경쟁이 신기술 기반의 융합·생태계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모빌아이처럼 신산업 핵심 기술을 확보하거나 아디다스처럼 산업 간 융합을 통해 신시장을 열어 가는 기업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나와야 한다. 주력 산업의 성장이 정체되고 중국 등 신흥국 추격이 위협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혁신 기업이 많이 나와 신산업을 창출하는 등 우리 경제 돌파구를 만들어 가야 한다. 연구개발(R&D)은 이를 위한 마중물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 국가 R&D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이스라엘에 이어 2위, 절대 규모는 미국·중국·일본·독일에 이어 5위에 이를 정도로 외형 성장을 했다. 그동안 추격형(패스트팔로어) 전략을 통해 메모리반도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등 대형 성과를 창출하는 등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
그러나 주력 산업을 이을 신산업 창출은 아직 부족하다. 그동안 R&D가 신시장 창출을 위한 혁신 기술 개발보다는 기업이 원하는 기술 개발 또는 논문·특허 숫자 중심의 기술 개발을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자체 기술 개발 중심의 경직된 R&D 관행으로 인해 급격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제 R&D가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 밑거름이 되어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도록 산업 기술 R&D의 체질을 조속히 변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 기술 R&D 예산 투입의 전략성과 효율성을 대폭 강화한다. 전 분야에 걸친 나눠 주기 식 R&D 지원이 되지 않도록 올해 초에 발표한 전기·자율주행차, IoT가전, 에너지신산업, 바이오·헬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5대 신산업 분야에 2022년까지 R&D 예산의 절반을 집중 투자한다. 산업 원천 및 업종별 핵심 기술 개발, 융합·플랫폼·실증의 투자 연계를 통해 개발된 기술은 신속히 사업화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결합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창출되도록 할 방침이다.
민간의 창의성과 속도가 R&D 과정에서 극대화되도록 R&D 시스템 융합, 개방, 자율성을 높여 나간다. 자체 기술 개발만 고수하는 경직된 R&D로는 신속한 기술 획득과 융합이 불가능하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 기술 이전, 인수합병(M&A), 기업 간 사업화목적법인(SPC) 설립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한다. R&D 조기 완료 시 후속 투자를 허용하는 등 R&D 유연성도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신산업 창출을 위한 규제 혁파가 중요하다. 산업 기술 R&D는 기획과 동시에 규제 개선 검토를 병행하도록 의무화했다. 특히 5대 신산업은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규제를 상시 발굴하고 관계 부처와 협력, 규제로 인해 신산업 창출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최근 세부 계획을 담은 산업 기술 R&D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계획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혁신 방안을 통해 산업 기술 R&D가 신산업을 창출,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 주도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inhojj@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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