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순환출자구조 개편안을 요구한 소액주주의 의견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주총 주요 안건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현대차는 퇴임한 윤갑한 전(前) 사장 후임 사내이사로 울산공장장인 하언태 부사장을 선임했다.
현대차(회장 정몽구)는 1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제5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하언태 부사장을 새로운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하 부사장은 지난 1월 26일 울산공장장으로 선임됐다. 현대차 생기(생산기술)기획지원실장, 생산운영실장, 종합생산관리사업부장 등을 두루 거친, 그룹 안에서도 손꼽히는 '생산통(通)'이다.
현대차는 이날 주총에서 이동규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이병국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배당액과 임원 보수 한도는 각각 작년과 같은 1주당 4000원, 150억원으로 통과됐다.
주총 현장에서는 한 소액주주가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이원회 현대차 사장은 “주총에서선 상정된 의안에 대해서만 얘기하도록 돼 있어 지금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사내·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등이었다.
현대차는 현재 10대그룹 중 유일하게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주총을 자발적 개혁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바 있다. 재계 및 업계는 현대차가 이번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이 외에도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 등 다른 고리가 있어,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이 소액주주는 한국지엠 사태의 몰락을 언급하며 경직된 노사문제나 고임금·저효율 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원희 사장은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과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는 뼈를 깍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원희 사장은 올해 현대차 사업 목표로 '완성차 사업 고도화 기반의 수익성 제고'를 제시했다. 기존 사업구조를 혁신하고 미래 기술 및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경쟁우위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북미 시장을 시작으로 '현장 책임 경영체계'를 적용하고, 2025년까지 그룹사 기준 총 38개 전동화 차량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