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Harman)'이 최근 글로벌 유력 완성차 업체들과 잇따라 수주·협력 계약을 체결하며 실적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하만은 이달 초 스위스에서 열린 '2018 제네바 모터쇼'에서 프랑스의 대표 자동차 그룹인 푸조·시트로앵(PSA)과 사이버보안 솔루션의 공동 연구·개발(R&D) 계획에 합의했다. 또 최근엔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UX(사용자경험) 인포테인먼트'시스템 개발과 관련한 협업 우수파트너로 선정됐다. 다임러의 '2018 공급자 어워드'에서 기술·혁신 부분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올 초에는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AI) 전자장비 '디지털 콕핏'을 글로벌 유력 자동차 업체에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하만은 이 업체의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일본 야마하의 여행용 오토바이 '스타벤처'에 인포테인먼트와 내비게이션 기술 제공을 골자로 한 계약을 맺었고, 같은 해 4월에는 만리장성자동차, 광저우자동차 등 중국 업체들로부터 인포테인먼트와 카오디오 공급 계약을 따냈다.
하만은 이밖에 작년 9월에는 세계적인 정보통신 업체인 미국 시스코로부터 '우수 소프트웨어 어워드'를 받았다. 이처럼 유력 자동차업체 등과 제휴를 이어가면서 하만의 기업 가치는 '삼성 패밀리'가 되기 전보다 큰 폭으로 올랐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세계 전장 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13%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 데 힘입어 해외 메이저 전장업체들의 주가가 급상승한 점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했다.
실제 미국 비스테온은 최근 1년여 기간에 주가가 무려 70% 이상 올랐고, 독일 콘티넨털과 스웨덴 오토리브도 각각 50% 이상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하만 주식을 인수했을 때 당시 하만 주가보다 28% 높게 가격을 결정했다”면서 “그러나 최근 글로벌 전장업체들의 주가 상승세와 시장 급성장 전망 등을 감안하면 이런 인수 프리미엄은 이미 만회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