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왜 우리만 법을 지켜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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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치에 별 기대도 안 해요. 어차피 법은 있어도 우리만 지키니까요.”

페이스북에 대한 이달 방송통신위원회 제재를 앞두고 국내 인터넷업계는 한숨이 깊다. 페이스북 접속 경로 임의 변경, 망 이용료 분쟁, 조세 회피 문제 등 방통위가 칼을 빼들었지만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 과거 글로벌 기업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학습효과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 2010년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위해 사용자 정보를 무단 수집했다. 방통위는 3년이 지나서야 과징금 2억여원을 부과했다. 당시 개인 정보를 유출한 '인터파크'가 과징금 44억원 처분을 받은 것과 대조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입 연령 제한도 마찬가지다. 정보통신망법은 14세 미만 어린이는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한다.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사이트는 보호자 스마트폰이나 이메일로 인증 받게 한다.

그러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해외에 본사를 둔 업체는 '14세 이상만 가입이 가능하다'는 사실만 고지할 뿐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가입할 수 있다.

'너는 되고 나는 안 되는' 이상한 논리에 국내 업계는 싸움을 포기한다. 지금까지 국내외 역차별을 해소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그마저도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새로 발의된 법안은 포털사업자도 통신사처럼 경쟁 상황 평가를 받고,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담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역외 조항을 넣어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기업도 규제한다는 안이다. 그러나 여전히 해외 사업자는 빠져나갈 요소가 있다.

인터넷 기업의 막강한 영향력에 걸맞은 규제는 필요하다. 다만 국내외 사업자에게 동등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필수다.

문제는 법이 아니라 법 집행력이다. 글로벌 기업에 집행력을 강화할 방안을 고민할 때다. 최소한 국내 매출을 공개하지 않으면 퇴출시키겠다는 강력한 목소리를 정부가 먼저 내야 한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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