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09> 싱크 디퍼런트 브랜드

알만조르, 그라나다의 추방, 이집트의 십자군, 악마 로베르, 위그노 교도들, 예언자, 아프리카인.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후기 낭만파 작곡가 자코모 마이어베어의 오페라들이다. 그의 작품은 좀 색다르다. '그랜드 오페라'로 불렸듯 스케일이 남다르다. 진짜 말과 코끼리가 등장한다. 의상이며 소도구는 모두 진품이다. 관객들이 좋아하는 프랑스풍 발레는 단골 레퍼토리였다. 거기다 일당 받는 박수부대와 비평가에게는 만찬에다 선물까지 대접했다. 풀코스 요리로 불릴 만했다.

2017년 SAP, 시겔게일, 시프트싱킹은 소비자 5000명을 대상으로 고객 만족도를 조사했다. 우선 50개 브랜드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첫 그룹은 시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것, 즉 '레거시 브랜드'다. 호텔은 매리엇, 면도기는 질레트, 음료는 코카콜라, 신용카드는 비자, 자동차는 BMW다.

둘째는 후발 주자, 이른바 '뉴커머 브랜드'다. 에어비앤비, 테슬라, 레드 불에다 면도기 배달 서비스 '달러 셰이브', 모바일 송금업체 벤모까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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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티이미지뱅크

조사 결과는 당황스러웠다. '당신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에서 레거시 브랜드는 하나같이 뉴커머에 뒤처졌다. 이유는 무엇일까. 시프트싱킹 최고경영자(CEO) 마크 본체크와 SAP 마케팅 책임자 비베크 바파트는 뉴커머들에게는 전혀 다른 생각과 방식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첫째 레거시 브랜드가 판매를 생각할 때 뉴커머는 사용을 생각한다. 프랑스 화장품 전문업체 세포라는 고객이 혼자서도 멋지게 화장할 수 있기를 바랐다. 공짜 샘플을 친절한 사용법과 함께 증강현실(AR)로 바꿨다. 애플 스토어에는 '지니어스 바'가 있다. 뭐든 물어보면 가르쳐 준다. 고객과 직원이 불꽃 튀는 논쟁도 한다. 판매는 그다음 일이다.

둘째 홍보보다 경험이 우선이다. 베일리조트의 마케팅은 '에픽믹스'란 소셜 네트워크가 핵심이다. 리프트 할인권 대신 사진, 데이터, 경험을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셋째 고객의 생각을 먼저 본다. 기존 브랜드에 광고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던지는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와 게스트의 경험을 전한다. 자신이 고객에게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는 것과 고객이 다른 고객에게 어떤 얘기를 전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같은 소비자를 놓고 경쟁한다. 그러나 시각은 전혀 달랐다. 판매에 초점을 맞추면 모든 서비스는 팔 때까지다. 경험에 초점을 맞추면 거래가 끝난 다음에 모든 것은 다시 시작된다. 결국 다른 비즈니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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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마이어베어는 동시대의 천재였다. 7살 때 데뷔했고, 21세에 첫 오페라 '체프타의 맹세'를 초연했다. 전 유럽의 음악 양식을 습득했으며, 프랑스 오페라계 거장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차츰 '개성 없는 음악'으로 치부됐고, 요즘은 별반 상연되는 일이 없다.

두 저자는 묻는다. 어떤 렌즈로 고객과 제품을 바라보려 하는지. 구매자 대신 사용자, 팔 것 대신 누군가 매일 사용할 어떤 것으로 보는 세상은 분명 다르다.

마이어베어가 다른 렌즈로 음악을 봤다면 어땠을까.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 그리고 마이어베어.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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