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수 있어서 참 좋겠다.” 운동장 구석에 앉아 부러움을 내뱉는 아이는 걸어 본 적이 없다. 뜀박질은 고사하고 걷는 것조차도 사치인 아이에게 즐거움이 생겼다. 비록 걷지는 못하지만 일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이가 만든 게임을 보고 행복해 하는 친구들까지 생겼으니 일거양득이다.
강원도에서 2018 동계패럴림픽이 한창이다. 장애인 컬링, 하키 등 6개 종목에 570명이 출전한 동계패럴림픽은 15종목, 2925명이 출전한 평창 동계올림픽에 비해 훨씬 왜소하지만 의미와 열기는 오히려 뜨겁다. 선수들의 한 걸음, 한 동작이 신체 장애가 있음에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패럴림픽은 불편한 사람의 축제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인간 한계 도전과 극복 그리고 우정의 나눔'을 담은 또 다른 올림픽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지능화와 초연결' 환경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 패럴림픽은 4차 산업혁명과 맥을 함께한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운영과 전시가 특징이기 때문이다. 전동휠체어를 동원하고 구석구석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춤은 물론 동계올림픽에서 활약한 안내로봇, 청소로봇 등이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성화 합화식에서는 하반신 마비 장애인용 보조로봇도 새로이 선보였다. 과학기술정통부는 강릉ICT홍보관에 소리의 폭과 방향 분석을 기반한 난청 보조 기술,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워치, 웨어러블 보청기, 무선조종 휠체어 등을 선보여 눈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러나 아쉬움도 많다. 동메달리스트 신의현 선수는 “방송의 패럴림픽 경기 중계가 인색하다”는 지적으로 현실을 질타했다. 경기장에 적용된 ICT 대부분이 재탕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의 그늘을 벗지 못했다. 자원봉사자 6009명 가운데 장애인이 37명이라는 사실도 장애인 적극 참여 관점에서 아쉽다. 지방자치단체와 협회가 관중을 동원해야 하는 일반의 무관심도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패럴림픽은 일반 올림픽 종목 가운데 장애인이 할 수 있는 경기 종목 선택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기 종목 발굴로 올림픽의 부속 행사에서 벗어날 필요도 제기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인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로봇 등을 활용한 새로운 종목 발굴도 고민해 볼 만하다.
평창 동계패럴림픽을 계기로 장애인과 산업을 보는 시각 변화가 필요하다. 시장 규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세계에 10억명에 이르는 장애인 인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장애인도 300만명에 육박하고 있고, 시청각 등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어르신까지 합하면 1000만명에 이른다. 전혀 작은 시장이 아니다. 이제라도 장애인 복지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면 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다. 정부는 장애인복지 차원을 넘어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식하고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신기술, 신제품, IoT 보조기기 등에 대한 지원 정책과 글로벌 시장 개척이 시급하다.
정보기술(IT)이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콘텐츠디자인, 소프트웨어(SW) 개발, 게임 개발, 데이터마케팅 등은 장애와 상관없이 정상인과 경쟁할 수 있는 분야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국가가 나서서 장애인 복지 체계를 갖추고 장애인복지 산업을 육성, ICT 기반의 장애인 복지 선도 국가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