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2012년 '배너티페어' 9월호는 가혹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빗대 한때 최고였지만 이젠 빛이 바랬다고 평했다. 기사 말미엔 스티브 잡스의 비평까지 곁들였다. “그들은 혁신에 관심 두지 않습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혁신가로 그려지기 바라겠죠. 실제론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 DNA에 이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2017년 10월 20일. MS는 시가총액 6000억달러를 회복한다. 2001년 1월 3일 이후 17년 만이다. 그야말로 왕의 귀환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5년차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는 분명 큰 이유다. 과연 그뿐일까.
이노사이트의 스콧 앤서니 CEO는는 잠깐 역사 얘기를 하자고 한다. 혁신의 역사, 그 첫 장은 천재들 몫이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토머스 에디슨, 라이트 형제, 헨리 포드까지. 이 시대 혁신은 외로운 천재에서 나왔다. 천재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종합연구소(Corporate Lab)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즈음 기업은 혁신 시스템이란 것에 눈을 뜬다. IBM 왓슨연구소가 문을 연 것도 이때다. 노벨상 수상자 5명에게 누구보다 많은 특허를 냈다. 컴퓨터는 물론 물리학과 수학, 게다가 경제학까지 두루 섭렵했다.
그러나 이들도 곧 저물어 간다. 그리고 그 자리를 물려받은 것이 바로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이란 콤비다. 인텔과 MS는 모두 IBM 파트너로 시작했지만 곧 IBM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들 자리는 다시 구글과 페이스북에 돌아갔다.
이제 이들의 시대도 지고 있다. 그다음은 누굴까. 앤서니는 대기업을 지목한다. 1세대로 시작했고 2세대의 부흥을 맛보았지만 곧 뒷전에 밀려난 공룡들. 과연 승자가 될 수 있을까.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축적된 자산과 노하우를 혁신에 접목하기다. 이들에겐 넘보기 어려운 강점이 있다. 인프라, 브랜드, 기술, 노하우. 대기업의 규모와 연구 능력 없이 시작할 수도, 성공할 수도 없는 주제는 수없이 많다.
둘째 혁신의 통로가 되라. 지금은 외로운 천재가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다. 기꺼이 이들의 파트너가 되라. 셋째 새로운 촉매제를 찾아라. 상식은 돈으로 보상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니얼 핑크의 모티베이션을 보라. 영감은 돈에서 오지 않았다. 오히려 창의성을 낮췄다. 기업 문화가 관건이다.
넷째 큰 문제풀이를 생각해 보라. IBM은 스톡홀름의 10억달러짜리 터널 공사 대신 스마트시티란 교통시스템을 제안했다. 결국 10분의 1 비용으로 해결했다. 개발도상국의 식수와 환경 문제로 시작했다. 유니레버에는 퓨어잇, 신젠타에는 우웨조라는 새 비즈니스가 각각 됐다.
나델라는 얼마 전 '히트 리프레시(Hit Refresh)'란 책을 냈다. 인터넷 웹페이지의 '새로 고침'을 말한다. 여기서 나델라는 다섯 가지 새로 고침을 말한다. 다시 충전하고(Reenergize), 새로 시작하며(Renew), 구조를 다시 짜고(Reframe), 새롭게 고민하며(Rethink), 다시 도전해 보자(Refresh).
누구보다 가능성은 짙었지만 혁신에 젬병이던 제후들의 귀환. 단지 우연이었을까. 신젠타가 선택한 스와힐리어 우웨조(Uwezo)는 바로 '가능성'이란 의미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