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55>공공기관장 연임의 득과 실

“내일 또 보자.” 떨어지는 해를 아쉬워하는 아이에게 내일도 같은 친구와 어울리는 것은 부담이 없어 좋다. 오늘 쌓아 놓은 친밀감과 낯설지 않은 놀이 친구가 편하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이 화제다. 정권 교체에도 40여년 만에 공기업 수장이 연임됐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이 지정한 338개 공공기관장 대부분이 연임을 원하지만 대기하고 있는 낙하산에게 밀려 나거나 관행이라는 이유로 무감각한 교체를 시행했다. 혁신으로 새로움을 창출해야 할 공공기관이 무력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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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4차 산업혁명과 시대 변화는 공공기관의 위상을 바꾸고 있다. 정부 정책을 대행하고 민간의 단순한 가교 역할 이외에도 사회 가치 실현과 경제 활성화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공공기관의 경쟁력과 함께 '그들만의 리그'이던 기관장 선발 과정이 주목되고 있다. 정치권이 남발하는 무늬만 리더인 공공기관장의 발붙일 틈이 사라지고 있다. 바람직한 변화다. 무능력한 공기업은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을 외면하고 갑질에 능숙한 '공공의 적'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공성의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39위라는 부끄러움과 무관하지 않다. 끊임없이 교체되는 기관장의 역량 부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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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으로서 갖춰야 하는 리더의 덕목은 여러 가지 있다. 그 가운데 내부 직원과의 친밀도, 기관 업무의 전문성, 폭넓은 휴먼네트워크는 발전을 위해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잦은 기관장 교체로 말미암아 다람쥐 쳇바퀴 돌기를 계속하고 있다.

공공기관장의 우수한 업무 수행은 내부 직원의 지원이 전제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상호 이해와 친밀도 구축은 부임 초기 대부분 기관장의 업무다. 그리고 신임 기관장이 전임자만큼 친밀도 구축을 위해서 적어도 수개월을 허비한다. 수학 공식보다 복잡한 인간관계가 기관장의 부단한 노력으로 만들어졌음에도 새로운 수장의 부임으로 애써 구축한 내부 직원과의 연결고리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잘못을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낙하산 인사의 최대 약점은 전문성 결여다. 낙하산 대부분은 선거 캠프나 정치권 인사가 독식함으로써 업무의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성보다는 경영 능력이나 국정 철학 공유가 우선이라고 치졸하게 변명하지만 어불성설이다. 기관장 교체의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임기 중에 확보한 전문성을 연임으로 유지하거나 해당 공공기관을 담당한 퇴직 공직자를 영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치권 낙하산은 대부분 외부 권력과의 관계를 장점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힘과 권력으로 밀어붙이는 흐름이 끊기는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도 윗선 대화가 아닌 실무진 협의로 매듭을 풀어 가는 시대로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부패를 이유로 기관장을 교체했지만 결국 채용 비리 등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결국 관행으로 행하는 기관장 교체는 득보다 실이 많음이 여실히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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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는 일정 기간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한 시간일 뿐 새 인물로 교체하는 시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공기관장 교체는 전임자와 후보의 자격을 면밀히 비교 평가해서 시행하는 것이 맞다.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정부 정책을 지원하고 민·관 협력을 위한 가교 역할을 담당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시대 창출에 능동으로 앞장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공공기관에 부여했기 때문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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